이 나라는 신기한 법칙이 있다.
"몇 가지 안 되는데, 이건 괜찮네"라고 하는 건,
반드시 없어진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매 학기마다 열리는 학부모회의.
이 나라, 초등학교 4년, 김나지움 8년, (이젠 9년으로 다시 바뀌었다.)으로, 언제나 참석하고 있다.
이 땅에 네 식구뿐인 데다가, 한국 사람과의 접촉을 아예 닫고 살았던 우리.. 4살 터울이기에 아무 문제가 없이, 각각 학부모회의를 참석할 수 있었다. 겹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아주 드문 좋은 점 중에 하나였다.
역시나... 오래간다 싶었다.
갑자기 이번 학기 학부모회의부터,
한 날에 5-12학년 모두가 같은 시간에 열린다고 한다.
둘째가 김나지움에 가고 난 후, 5-7학년 한 날에 하고, 8-12학년을 다음날 했었어서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7학년과 11학년, 모두 중요한 결정할 것들과 많은 일들을 앞둔 아이들의 중요한 학부모회의를 대체 어떻게 참여하라는 건가...
저녁 7시 반에 시작하는 회의, 그렇게 하루 종일 독일어를 듣고 있으면, 이미 한껏 지친 하루에 정신이 없는 상태로 들어가기에, 중요한 부분인데 혹 못 들을까 봐,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했다.
작은 아이의 담임에게 양해를 구했고, 학교 측에 문의했다.
혹 큰 아들이 동생의 학부모회의에 참석해도 되려는지.
바로 "당연히 아무 문제없지",라는 답을 들었고, 큰아들은 7학년, 우리는 마음 편히 11학년에 참석했다.
큰아이는 학교에서 오전에 4시간 동안의 큰 중요한 시험을 보았고, 이어서 정규 수업이 6시에 끝나서, 집에 오자마자 나가야 했던 아이... 전혀 아무 불만 없이, 오히려 가서 메모도 꼼꼼히 해온 아들... 이 느낌... 너무 신기하고, 가슴 한편이 뭉클하다.
11학년 학부모회의.
약 70% 의 학부모님들 잘 들어주라는,
제발 다른 길을 찾으라는,
대학교 들어가는 게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이 상태로는 입학이 문제가 아니라 졸업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강한 경고를 하는 무거운 자리.
80명도 안 되는 11학년.
120명으로 시작했는데, 40명은 어디 갔으며,
이 중에서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할 아이들이 30명도 안된다는
어려운 주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저 바라보았다.
집에 10시 넘어서 도착해서, 다음날 이태리어 구술시험 연습을 위해 자기 전까지 이태리어로 연습을 하면서,
다음 날 수학 시험 4시간을 위해 다시 한 번 훑어보는 아이의 모습을... 그저 말없이 바라보았다.
아침에 5시 반에 일어나, 아침부터 분주한 아빠 엄마를 위해 아침을 만들어준다.
그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안아주고 싶었는데,
아이의 모습이 너무 기특하여...
어떤 말을 먼저 할지 모르겠어서, 생각의 정리를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먼저 나왔다.
" 아들, 이태리 사람 같아 "
이태리어를 마치 모국어같이 하는 아이가 너무 신기한 나머지... 이런 생뚱맞은 말을 하다니.
이어서 엄마의 마음을 표현했다.
" 엄마 아빠는. 이미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하고 기뻐.
이렇게 자라주어서 정말 감사해.
엄마가 웃을 수 있게 해 주어서.... 너무 고마워. "
그리고 학교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엄마에게도... 이런 날들이 오네. 버티길 잘했나 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