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고도 예측할 수 없으며,
도무지 믿기지 않는,
정상이라 부를 수 없었던,
상식 밖의 일들을 지나오며
너무 큰 일들을 많이 겪어 내었던 터라,
나는 어느새 마음에 갑옷을 입고
대부분의 벌어지는 사건들이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
초연해진 것일까
무덤덤해진 것일까
애써 감춘 것일까
아니면 감정을 포기한 채
그저 버티고 살아왔던 것일까.
너무도 갑작스러운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쏟아내듯 울었다.
따스한 햇볕 아래 눈더미처럼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다고 믿었던 마음은
그 눈물 앞에서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기다렸던 것인지,
반가웠던 것인지,
고마웠던 것인지,
아니면 상상도 못 했던 내 안의 용기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음이 풀렸다는 사실이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다.
그토록 바라던 사과를 받고
쏟아지는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워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진 채
하루를 꼬박 새웠다.
그리고 이틀째에 비로소 정신이 조금 든다.
따스한 봄날의 눈처럼
내 마음은
용서와 함께 사르르 녹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