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같은 어려움이 있었기에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그게 어느 순간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힘들어 보였고, 상황도 급해 보였기 때문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도와주는 게 맞다고 여겼다.
그 선택 자체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행동의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한 배려는 어디까지나 선택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선택이 아니라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기분이었다.
배려는 강요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존중은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하는 건데,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이 어긋난 듯한 느낌이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필요했고, 급했을 수도 있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 나도 100% 어떤지 알기에.
자식 일이라면 더더군다나 다급하기에,
내가 도움이 필요했을 때처럼. 똑같기에.
정말 1분의 틈도 없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서라도 더 선뜻 나섰던 것도 맞다.
그런데 동시에,
나는 적어도 누군가가 바빠 보이고 어려워 보일 때는,
당연히 내가 아무리 급해도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한다.
상대의 시간이나 상황을 먼저 고려하는 게
기본적인 존중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생각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까지 기대지는 않았을 텐데,
나라면 누가 봐도 바빠 보이는 상대의 상황에
나만을 위해 달라는 요구는 하지 않았을 텐데.
그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이 상황을 겪으면서
배려와 존중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방향에서 유지되어야 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한쪽이 계속 내어주는 것만으로는
그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도.
그래서 더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공감에서 시작된 도움도,
그 위에 최소한의 배려와 존중이 없으면
언제든 가볍게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