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의 학급.
2학년 때 코로나 시기에 잠깐 아이들에게 얼굴을 보였던 어떤 사람. 3학년의 담임. 첫 부임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대성통곡을 한다. 부모들은 몰랐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간 날이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선생님과 정이 들어서 우는 줄로만 알았고, 만 8,9세 어린이들도 그리 설명을 잘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울었던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바로 사건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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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사는 뭔가 이상했다.
아이들에게 자꾸 틀린 답을 알려주며,
독일어 문법을 가르치는 것도 이상했는데.
시험 채점도 맞는 게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그 반 아이들의 집집마다 그랬듯, 우리는 집에서 다시 정정해 주는 역할을 해야만 했다.
남자아이들은 매일같이 하교 때 얼굴을 구기며 나오기 일쑤이고, 하나둘씩 남자아이들 위주로 아파지기 시작한다. 처음엔 그리 크게 체감하지 못했었다.
독일에서의 초등학교 3학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로, 독일어와 수학 시험을 자주 보며, 다른 과목도 모든 점수가 중요하다, 3학년 전체와 4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으로, 4학년 1학기 끝날 때, 5학년부터 다닐 일반계 고등학교(김나지움)와 Realschule (직업학교)로 나눠지기 때문이다. 반에서 약 15-20% 정도만 김나지움을 가기에, 아주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본인들은 김나지움을 안 나오고, 자식들은 나오길 바란다. 부모들의 선택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전적으로 선생님의 선택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 중요한 3학년에...
학기 초 2개월쯤 지난 11월이었다. 점점 아이들이 학교 가지 않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일요일 밤이 되면 잠을 못 잔다는 엄마들의 소식이 들린다.
주요 과목 시험을 거의 2주~3주마다 시험을 보는데, 코로나라서 학교를 규칙적으로 못 갔고, 시험은 본 것이다.
채점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남자애들은 무엇을 적건 아무 상관없이 3 이하를 주고 있었다.(1~6 중 1이 최고, 6이 최하) 게다가 외국인에 남자아이이면, 5,6은 따놓은 것이다. 그것으로써 그 사람은 남자아이들을 차별하고 있으며, 여자아이들에게는,
"저기 남자애들 싹 다 바보들이야! 너희들은 저런 남자애들한테 절대 지면 안돼! 세상 모든 남자는 바보야! 바보스런 행동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라는 이야기를 밥 먹듯 하며, 남자아이들은 점점 학급에서 이유도 없이 교사를 중심으로 야유와 조롱을 받기 시작한다.
어떤 독일 엄마를 중심으로 학교와 교육청에 이야기를 했으나,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 다 무시당했다.
그 와중에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하나, 우리 작은 아들을 반의 모든 여자 아이들이 보호를 해주고 챙겨주었다. 담임에게, "그런데, 얘는 그렇지 않아, 얘 빼고 말해" 라며...
그러나 우리 아이도 이미 매번 말도 안 되는 충격적인 점수와 교사를 중심으로 하는 남녀차별을 직간접적으로 매일 매순간 보고 겪다가 아파지고 있었다.
우리는 참다 참다가.... 특히 남편이 참고 참다가...
담임과 약속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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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왔다.
우리를 보자마자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아, 오늘이었나?
너네 독일어 발음이 이상해서 헷갈렸나 보다"
남편이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확신해?, 우리는 너랑 말해본 적이 없는데, 널 처음 보는데, 우리는 이메일로 주고받았거든"
갑자기 이 사람의 얼굴은 빨개진다.
어쨌든 앉았다.
독일어 시험지와 수학 시험지 그동안의 것을 다 갖고 갔다.
당장 우리 앞에서, 왜 틀렸는지, 그럼 답이 뭔지 말하라고 했다.
담임은 뭔 소리를 계속 알아듣지 못하게끔 웅얼웅얼하더니, 시험지를 접는다.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 라며...
나는 화를 눌러가며 모든 시험지의 복사본을 다시 다 꺼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우리도 이미 17년째, 척하면 척,
이들이 어떻게 나올지 뻔하기 때문에, 나는 각각의 시험지를 컬러복사본 5부씩 챙겨갔었다.
지금 우리 장난하러 온 거 아니니까, 당장 얘기하라고 했다.
이 사람은, 독일어에 대해서 뭐라 뭐라 주제에서 벗어난 말도 안 되는 말로 한참을 늘어놓더니,
갑자기 자를 꺼내더니, 수학 시험지를 보며 우리 아이가 전반적으로 그리는 모든 것을 틀렸다고 했다.
이 사람은..
4cm를 그으라는 문제에, 우리 아들이 4cm를 정확하게 그었음에도, 이것을 보고는,
"0,1,2,3,4 이렇게 5cm를 그렸잖아!"
하며 다섯 손가락을 접는다.
'음, 잘 건드렸다' 싶었다.
우리 부부는 모두 수학이 주된 과목이다.
남편은 심지어 건축가이자 토목 엔지니어이다.
그렇지 않다 해도,무슨 말이 안되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논쟁이었다.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응, 네가 무슨 말하는지 아예 모르겠고, 중요하지 않고!
나, 평생을 숫자만 보고 사는 사람이야.
0은 0이고, 4는 4야!
그럼 나의 아들은 4cm를 그린 거야! "라고 차분히 얘기했다.
이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저기요! 잘 봐, 0,1,2,3,4 다섯 번 내가 숫자를 말했잖아! 그럼 5잖아!"
진심 우리는 말문이 막혔다. 머리가 하얘졌다. 잘못 들었을 리는 없다, 이 사람은 같은 말을 무수히 반복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갑자기 또,
" 만약 너의 말이 맞다고 해보자!? 그렇게 따진다면,
이건 4.2cm 잖아!?",
이러며 말도 안 되는 쌩 떼를 쓰기 시작한다.
우리도 준비를 단단히 한 게, 마치 그럴 것만 같아서 회사에서 쓰는 자부터 집에 있는 자를 몽땅 다 갖고 갔었다!!!! 그 15개의 자로 모든 문제를 다 재어보고 그 앞에서 보여주었다!!!!
휴..... 진심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었다.
말 수가 상당히 적은 과묵한 남편. 싸우기와 화내기를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남편.
결국 이 사람은 남편이 화를 내게 만드는,. 그 어려운 일을 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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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다.
모든 아이들이 다 틀렸다고 채점되어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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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도 안 되는 5cm의 말을 듣고, 독일어에 대해서는, 우리 아이가 쓴 답이 맞다고! 네가 채점한 그 답이 틀린 거라 말했고, 다시 정정하여 아이를 통해 다시 보내라고, 그러면 그 후 사인해서 주겠다고 강력히 말했다.
결국, 결과적으로, 그 후로도 남자아이들의 모든 시험지는 어떤 코멘트도 없이 다 틀린 것으로 표시되었고.
우리는 그때마다 갔다!!!!!!
그 많은 에너지들은... 진짜 때때마다 분통이 터졌다.
2년 담임제인 이곳. 4학년 끝날 때까지 모든 시험지는 돌려받지 못했고, 양심이 찔렸는지, 아니면 인정을 한 건지. 우리 아들은 결국 독일어와 수학 주요 과목에 만점을 받고 졸업하고 김나지움을 가게 된다.
독일 남자아이 부모도 찾아가서 우리처럼 해결을 했고, 하지만 찾아가지 않았던 외국인 부모들은, 모두 다 그대로의 점수로, 결국 직업학교에 가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코로나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던,
그렇지 않아도 정신없고 혼란한 시대에,
말도 안 되는 논쟁으로 온갖 에너지를 다 써가며.
매일매일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그렇게 우리의 모든 힘을 다 쏟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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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너무 아파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빨리 시간이 흐르길 바라는...
간절한 기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