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과정에서 본질을 잃는 과정에 대한 고찰
6년 전, 같이 인턴을 한 형의 청첩장 모임에 인턴 동기들과 사수님이 같이 모였다. 11년간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한다는 형의 앞날을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모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흘러갔다.
최근 결혼 준비를 하며 가장 힘든게 뭐냐는 질문에 형은 ‘전혀 다른 배경의 양가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본인의 R&R 선정’이었다고 했다. 의견 조율이 잘 되지 않을 때, 부모님과 여자친구 가족 사이에서 어느쪽에서 양보를 하면 좋을 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하긴, 전혀 다른 두 집단이 공식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니 고민이나 갈등이 없는게 이상한 것 같다.
가만히 듣던 사수님이 본인의 결혼 준비 썰을 들려주셨다. 본인은 자존심이 강했던 탓에 우리집에서 돈을 좀 더 쓰는 것에 예민했었다고 한다. 평소의 자신답지 않게 생때도 쓰고 진상도 부렸다고 하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말 아무 의미 없는 허세였다고 고백하셨다. 그땐 왜 그렇게 자존심을 부렸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잘 되지 않거니와 본질은 사랑이지 자존심이나 가오가 아니라고도 말씀하셨다.
많은 커플들은 결혼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싸운다고 한다. 평소에 부모님께 연락이 뜸하던 사람들도 결혼 준비하는 순간만큼은 효자&효녀가 되고 나만 양보를 하나? 나만 이 결혼에 진심인가?는 생각이 들면 쌓이는 의심 스택이 싸움이 원흉이 된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불완전한 인간이니만큼 평생 한번뿐인 큰 행사에서 자존심, 가오, 보여지는것에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주변 사람 중 파혼한 대부분의 케이스는 결혼 준비 때 돈 관련 각자 집안의 의견 조율에 실패해서이다. 진짜 본질은 사랑인데 보여지는 것, 주변의 시선 등에 민감해져버리니 본질을 놓친다. 그때 당시엔 중요해 보일지 몰라도 결론만 보면 크게 의미 없는 욕심에 눈이 잠깐 가려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형님은 참 슬기롭게 결혼 준비 과정을 헤쳐나갔다. 물론 사귄 기간이 오래 된 것도 있지만,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 의미부여 하지 않고 사랑 하나만 보고 무사히 과정을 마친 것이다. 나에겐 좋은 본보기가 되었고, 훗날 미래를 함께 할 사람과 결혼 준비 과정을 밟게 되면 이 형님께 많은 조언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