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백신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명품 옷만 입혀주면 그만인가요
최신 폰만 쥐여주면 그만인가요
다 널 위해 서라는 핑계는 말아요
내 맘속 외로움은 안 보이나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바쁘다고 돌아서면 그만인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학원 많이 보내주면 그만인가요
용돈 많이 쥐여주면 그만인가요
다 널 위해 서라는 핑계는 말아요
내 맘속 외로움은 안 보이나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바쁘다고 돌아서면 그만인가요
나도 이런 내가 두려워
Uh 이젠 멈추기가 어려워
내 안에 어둠이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
지금이라도 내게 손 내밀어 줘.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려고 가사를 검색해 보다 전체 가사를 보게 되었다.
'명품옷'도 입고 '최신폰'도 가진 네가 이런 가사를 썼구나!!
'학원 많이 보내주고' '용돈 많이 쥐어주면' 그만이냐고???
아니.. 이렇게 해줬는데도, 마음이 아프다는 건 도대체 뭐 하자는 건데!!!
그렇다, 나는 화가 많은 어른이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화가 많으셨던 것은 아니다.
나의 부모님은 단 한 번도 내게 안된다는 말을 하시지 않았고,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게 믿어주신 분들이었다. 특히나 엄마는 거짓말을 하거나 싹수없게 구는 것에만 지적을 하셨고, 살아오는 내내 그렇게 꼴통짓을
했음에도 매를 든 적이 없으셨다. (도둑질했을 때 한번 후드려 맞은 기억이 있음)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 엄마는 내게 '너를 사랑으로만 키웠어~'라고 말했지만, 어렴풋이 생각나는 과거
들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겠다. 어쨌든 저쩠든 간에 사랑으로만 큰 아이들의 공통점은 싹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위의 대사처럼 사달라는 거,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키워봐야 마음이 아프다는 소리나 해대고 앉았으니
나의 어린 시절과 너무나 똑같다.
사랑이라는 것은 왜 이렇게 받아도 더 받고 싶은 걸까?
사랑이라는 것이 도망이라도 갈까 두려웠던 걸까?
나는 사랑이 주면 줄수록 사람 그릇에 따라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고
아이들을 조금 덜 사랑해야겠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렸다.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며 나름 공정하게 대한다고, 모든 것을 판사처럼 판결 내렸던 지난날.
심판처럼 잘잘못을 따져가며 맞는 말로 아이들을 때렸다.
요즘은 많이 없겠지만, 연년생 아들을 키우며 매 한번 들지 않았다는 사람은 거짓말 이거나 천사가 분명하다.
나는 아이들이 7살이 될 때까지 매를 자주 들었는데
어느 날 둘째가 내게 물었다.
"엄마는 저희를 사랑하지 않으시나 봐요"
순간 매를 든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아니.. 사랑하지..."
"그럼 때리지 말아 주세요. 사랑하는 사람들끼린 이렇게 하지 않아요"
아득바득 대들며 매를 버는 첫째와 달리 둘째는 통각이 예민한 아이다.
둘째는 내가 화내는 모습을 볼 때면, '언제부터 그렇게 화가 많았나? 태어날 때부터 그랬나?' 같은 질문을
하고는 했다. 그해 매를 내리고, 잘못했을 때 손을 들거나 벌을 서게 했는데 둘째가 그러는 거다.
"엄마. 체벌도 마음이 아픈 건 똑같아요. 마음이 아프면, 매를 맞는 거랑 별로 다른 게 없어요."
그 후로 나는 매도, 벌도 세우지 않았고
대화로만 사람을 타이르는 것이 얼마나 고 지능이 필요한 것인지 배워가는 중이었다.
어려서부터 뭐든 주먹으로 해결하고 다녔던 꼴통이라 사회에 나가서도 말문이 막히면 나는 화를 내거나
주먹을 휘두르곤 했다. (물론 결혼 전까지지만) 깡패가 따로 없었던 엄마의 과거를 모르는 아이들이 나의
모습을 점점 닮아 가고 있었다.
어른들은 정말 아이들의 마음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다 알고 있다.
사랑받고 있는지, 아닌지.
아이들과 동그랗게 의자에 모여 앉았다.
오늘 몸풀기 게임은 '사랑합니다'라는 놀이었다.
가운데 술래가 서서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면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왜요!"라고 말한다.
그럼 술래가 앉아 있는 사람들 또는 한 사람의 특징을 말하고, 특징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일어나
다른 의자를 찾아가서 앉는 그런 게임이다.
아이들과 귀농 귀촌을 하고, 시골 학교로 전학을 갔을 때 나는 이번에도 방과 후 교사를 신청해 체육선생님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시골 아이들의 특성상 다문화가족이 많았고, 조부모와 생활하거나, 부모님이 안 계신 아이들이 많았다. 결핍덩어리의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친구들은 입에 욕을 달고 살거나, 거칠었다.
결핍이 도드라지게 보였다.
그렇게 했던 첫 번째 게임, 사랑합니다.
처음엔 매우 쑥스러워했지만, 우리는 목놓아 그 말을 외쳤다.
나는 맨 처음 술래가 되어 가운데 섰다.
"사랑합니다!"
아이들이 외쳤다. "왜요!"
"너희들 이니까!"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일어나 다른 의자로 뛰어갔다.
나는 일부러 자리에 앉지 못한 척 다시 술래가 되었다.
"사랑합니다!"
"왜요!"
"오늘 아침에 똥 쌌으니까!!"
나의 말에 쑥스러운 듯 웃는 여자아이 한 둘을 제외하곤 모두 킥킥 거리며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궁금한, 알고 싶은 것들을 외치며 조금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중년의 결핍덩어리 인간이라면, 백 프로 이 게임을 하다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언제 들었던가, 사랑합니다!
언제 외쳤던가, 사랑합니다!
어른들은 모르는 게 당연하다.
먹고 사느라 어린 시절 같은 건 다 잃어버렸다.
간직했다가는 괜히 돌아가고 싶어 지기에 잃어버리는 편이 더 나을 때가 있단다, 얘들아.
이 게임은 3명만 넘어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오늘 목놓아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거든, 또는 사랑받고 싶거든 이 놀이를 해보면 어떨까?
이게 무슨 체육이냐고 묻는다면 백프로 체육이다!
왜냐고?
그 어느때 보다 심장이 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