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맨발 걷다. 18코스

by 한재영 신피질

2025 년 5 월 18 일 일요일

아침 8 시 36 분 사리봉 정상이다.

18 코스 시작인 김만덕 기념관에서 한 시간 걸었다. 벌써 올레 길 걸은 지 일주일이 되었다. 매일 20km 걸어도 오르막 길은 여전히 힘들다. 건업동의 가파른 오르막길과 사라봉 150 미터 경사진 계단도 매한가지로 힘이 든다. 집 근처 300 미터 구룡산에 자주 오르지만 오를 때마다 힘든 건 사실이다.

사라봉 정상에서 바다 쪽을 내려다보니 제주항만에 두 척의 대형 페리호가 보인다. 중국에서 관광객이 들어온 듯하다. 사라봉에서 붉은 낙조를 사봉 낙조라 하고 *영주십경에 속한다고 한다. 날씨가 흐리고 구름이 많고, 또 시간이 아침이어서 오늘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기회는 없다. *여기서 영주는 제조도의 옛 명칭이다. 영주십경은 문헌에 따라 많이 차이가 있다.


사라는 고운 비단이란 뜻이다. 또 부처가 열반할 때 누워 있던 곳의 나무가 사라수다.

아침에 도심의 아스팔트 길을 신발 신고 걷다가 사라봉에 들어서 황토 흙과 풀의 유혹에 신발을 벗었다.

다시 맨발이다. 시원한 발바닥에 사라봉 기운이 들어온다.



사라봉에서 내려와 길가에 있는 붉은 열매를 가진 가로수 이름을 AI에게 물어보니 먼나무라고 한다. 7년 전 서귀포 일대에서 봤던 똑같은 가로수 나무였는데, 당시에는 무슨 나무인지 알지 못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 발전으로 스마트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먼나무 열매는 열을 내리게 하고 해독작용을 해서 감기에 효과가 있다.


건업동 텃밭에서 처음 본 황금빛 열매를 가진 나무는 비파나무다. 비파 열매는 생김새가 살구 같고 맛도 좋다. 비파 열매는 기관지 염증, 천식 등 폐를 윤택하게 하고, 식이 섬유가 풍부하여 소화 불량 변비에 효과적이다.

비타민 A, C항산화 성분이 풍부하여 면역력 증진 감기 예방, 노화 방지 세포손상에 예방에 기여 등 만병통치 열매다.


비파열매



108 배 절 운동, 근력운동, 턱걸이 운동을 하지 않은 지 일주일이 되었다. 올레 길 마을 주변에 다양한 운동기구 중에 철봉은 없었는데, 이곳 사라봉 정상에는 철봉이 있다. 모처럼 턱걸이 운동을 했다. 출발 전 한 번에 턱걸이 10 개를 했는데 일주일 하지 않았다고, 7 개를 간신히 했다. 뭐든지 매일 하지 않으면 능력이 준다. 유지하는데도 안간힘을 써야 할 나이다.



어젯밤 잠깐 본 유튜브에서 뇌세포를 다시 살리는 3 가지 방법을 들었다.

간헐적 단식, 차가운 찬물로 샤워, 강도 높은 운동.

갑자기 우리 몸에 신선한 충격을 주면 뇌가 긴장한다. 그러면 뇌 세포가 재생되어 젊게 만든다고 한다.

나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면 명상, 절 108 배, 턱걸이, 5 킬로 달리기, 마지막으로 찬물 샤워를 한다. 요즘은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서 냉온탕을 한다.


겨울에도 찬물 샤워를 한 지 10여 년이 되었다. 한 겨울에 샤워 꼭지를 냉수 끝까지 돌려놓고 틀면 찬 물줄기가 순간에 머리에 떨어지며 갑자기 온몸이 차가운 감각에 몸부림친다. 그러나 이것도 한순간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뚜렷해진다. 정신이 맑아지고 뚜렷해지면, 감각 세포가 살아나고, 행복감이 일어난다. 앞으로 간헐적 단식만 하면, 뇌세포가 젊어질 수 있겠다.



사라봉 내려오는 길 옆에 있는 보림사 대웅전 앞 계단에 앉아있다. 20 년 전 비엔나에서 런던으로 주재 이동 발령을 받은 후, 가톨릭 세례를 속성으로 받고, 가톨릭 교인이 되었지만, 성경의 많은 내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상징으로 이해하려 한다. 성경의 많은 내용을 사실이 아닌 신화로 보려는 측면이 강하지만, 이를 문자 그대로 믿는 이들의 신념도 이해한다.


구약의 천지 창조, 노아의 방주, 모세의 기적을 역사로는 믿지 않는다. 신약에서 말하는 예수의 부활도 역시 같은 입장이다. 21 세기 생물학 및 의학이 인간 게놈을 밝혔다.


지금은 생명 탄생과, 죽음의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죽음의 사인을 단계적으로 파악하는 법의학자가 수없이 많다.

이들의 시선으로 보면, 죽은 후 3 일 만에 육체가 다시 부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마치 모래에 물을 엎지른 후, 모래에 흡수된 물을 다시 담아 컵에 옮기는 것처럼, 엔트로피 증가 현상은 거꾸로 돌지 않는다. 현실세계에서는 결코 시계바퀴를 되돌릴 수 없다. 죽었던 사람을 되돌려 동일한 과정을 거쳐 살아나게 할 수는 없다. 노인으로 태어나 어린아이로 죽은 벤자민 버튼은 영화에서나 가능하지 실제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허구이다.


막강한 권력자나 거대한 조직이 신화를 사실로 의식화할 경우, 개인의 진정한 자유와 가치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학의 시각으로 보면, 대부분 성경의 내용을 이솝이야기처럼 잘 꾸며진 이야기로 분류하고 인간에게 윤리 교훈을 준다는 점으로 가볍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권위에 대항할 과학과 논리, 이성이 잘 구축되지 않는 많은 사회에서는 종교가 신화를 역사의 진실로 왜곡한다. 부활은 과학 문명 이전의 언어다. 예수가 정말 죽었고, 죽은 지 3 일만에 부활했냐?라는 질문에 현대 과학이 분명하게 검증 단계를 거쳐서 그 사실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증명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신화로 규정해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종교는 지난 2천 년 동안 상징과 믿음을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이어왔다. 또 그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증명되지 않는 비과학 현상을 진실로 확증하고, 신념으로 고착시켰다.

하지만, 이젠 과학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였고, 현대 과학은 종교상 신화들을 상징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 있다.


자연의 속도는 느리고 인간의 속도는 빠르다. 인간이 개를 가축화한 지 만년의 세월이 지났다. 야생늑대를 가축화한 인간은 4 백 종의 새로운 품종의 개를 창조했고, 지금도 수많은 애견가의 선택이 새로운 품종을 창조한다.


인간도 각 국가나 민족 단위로 변종이 되고 있다. 백 년 전 한국인과 지금 제트 세대의 신체와 얼굴 구조를 보면 짧은 시간에 인간 스스로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복잡한 현상을 추상적 언어로 압축하고, 디테일한 변화 프로세스를 생략하는 종교와 선동 정치에 대하여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사실 일부 대중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추상 언어를 사용하는 편견과 거짓에 슬금슬금 자리를 내주고, 합리적 판단을 못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종교 변화와 발전과 같이 한국 사회 문제 해결 및 발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남북 분단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당면한 문제 중 매우 중요하면서도, 정권 변화에 따라, 중요도가 변화하는 것이 통일이다. 하지만, 통일은 공동체 정신의 회복과 인간애가 완성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일 듯싶다.


내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양극화 및 인권 문제, 저성장의 모든 실타래를 한방에 해결하고,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유산을 물려줘야 할 시대 사명은 남북한 평화적 통일이다.


한국인은 이미 반민주 정치를 개선시킨 역사 경험이 축적된 상황이다. 남북한이 통일되어 하나가 될 경우 국민이 어떤 정권도 통제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남북한 통일 민주 국가가 들어서고, 고립된 남한에서 벗어나, 우리의 물류 및 문화가 중국대륙을 넘어, 비단길 초원길 등 유라시아 대륙을 서쪽으로 돌고, 다른 한편 동쪽으로 돌아 연해주, 시베리아, 바이칼호를 지나 우랄산맥을 지나 유럽까지 가는 대전환기가 될 것이다.


수산봉 중턱을 도는 올레 길은 제주항 전망과 구불한 오솔길 깨끗한 메트 바닥, 다양한 열대 나무 등 최고의 산책 코스다.


대한민국은 화장실 수, 휴지 및 청결제 비치 등 선진 화장실 순위를 정하면, 단연코 세계 1 위 일 듯하다. 2 시간 정도 걸었는데 공중화장실이 열 군데 이상이고, 모두 다 청결도가 최고다.


커피숍 규모나 숫자도 입도적으로 1 위 일 것이다.

언제부터 한국인이 자국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는 수입산 커피를 이렇게 많이 마시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갑자기 커피 생각이 난다. 카페를 자주 보니 커피 생각이 나는 것이다. 견물생심이다.


사라봉 지나 화북 포구에는 별도연대가 있다.

연대는 군사 시설로, 돌로 쌓은 일종의 초소이다. 봉수 역할도 해서, 바다로 침입하는 적의 동태를 살피고, 즉시 인근에 알린다. 별도연대는 사라봉에 연기를 통해서 위급 상황을 알렸다. 제주목이 인근에 있기 때문에 별도 연대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삼양동에 있는 삼양금돼지 집에서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먹었다. 추가로 공깃밥도 하나 더 시켰다. 해안가 현대식 건물 식당인데, 친절하고 가성비 최고다. 김치찌개 7000 원, 공깃밥 추가 1000 원이다. 지금까지 들른 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식사 비용이다. 다른 식당에 비해 반값이다.


길가의 작은 밭 한 귀퉁이에 상추가 자란다. 아버지는 시골집에서 반시간 거리 비탈진 산기슭에 백 평 규모 작은 밭에 온갖 작물을 길렀고, 어머니는 뙤약볕에서 김매기 등 밭일을 하셨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와 같이 밭에서 딴 상추에 보리밥과 된장을 싸서 점심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제주도는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지만, 조선시대 제주도는 한양에서 너무도 먼 지역이다. 전라도 해남까지 한 달 이상 걸어 내려와서 또다시 배를 타고 험난한 여정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제주도까지 귀양을 오는 경우에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찾아오기 어렵고, 누군가 보살펴 주기 어려워 귀양살이가 척박한 상황이었다.


제주도까지 귀양 온 죄인들이 복귀 소식이 오나 북쪽 바다를 보며 애타게 기다리던 곳이 연북정이다.

인조반정으로 쫓겨난 광해군이 강화도에서 다시 제주도로 귀양 와서 4년 만에 죽었다.


생각보다 정자의 규모가 크다.


연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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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공원을 들렀다. 제주는 아픔이 큰 섬이다.

만세공원에는

삼일 만세 운동이나, 민족의식을 고추 시키려는 독립운동 역사가 있다.

3.1 운동 당시 이십 대 젊은 나이에 일제 감옥에서 옥사한 몇 분 비문이 있다. 옥사 한 분도 있고, 혹독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대부분 출옥 후 얼마 못 살고 죽었다.

한 번도 고문을 당하지 안 해서 고문의 혹독함을 상상하기 어렵다.



움푹 들어간 해안가에 앉아 바다를 본다. 잔잔한 바람은 파도를 서서히 민다. 거품은 파도를 타고 왔다가, 해안가 검은 돌에 부딪치며 소멸된다. 햇빛이 바다에 비치며, 에메랄드색부터 짙푸른 감청색까지 다양한 푸른빛의 스펙트럼을 만든다.


평화가 온몸에 찾아든다.

18 코스 끝나고 추자도 가려고 한 계획을 수정했다.

올레센터 직원분에 따르면 추자도향 출발지가 제주 항만이고 추자도에서 1 박을 해야 한다고 한다. 입출항 시간이 하루에 한두 번이어서 추자도는 21 코스 끝나고 마지막 여정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19 코스 시작점에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5km 떨어진 이곳 함덕 해수욕장으로 왔다. 두 시간 전 예약한 호텔에서 모처럼 따뜻한 욕조 물에 여독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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