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Part1. 왜 다시 기업을 묻기 시작했는가?

by 한재영 신피질

서문 |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어느 순간부터 글이 막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글이 아니라 마음이 멈춰 섰다. 지금까지 나는 AI 시대 한국 경제의 현실과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47편의 연재를 이어왔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글로벌 산업 질서의 변화, 미국과 중국의 전략, 한국 기업이 가진 구조적 한계와 가능성까지, 써야 할 주제는 넘쳐났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상한 공허가 찾아왔다. 어떤 내용을 써야할 지 망설여지고, 왜 쓰는지도 흐려지고 있었다.


연재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목적 없이 앞으로만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를 고민하면서도, 정작 나는 지금 무엇을 하려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고 있었다. 글이 생각나지 않는 날보다 더 힘든 것은, 본질적인 질문 앞에서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었다. 왜 쓰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이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사고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나는 산업을 분석하는 언어만으로는 이 변화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기술의 진보를 이야기할수록, 오히려 인간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마음속에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 욕망에 휩쓸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가는 5000을 넘었고,

모든 문제가 경제적 이슈로 환원된다.

대화의 대부분은 돈과 자산, 인공지능과 기술 발전 이야기로 채워지고, 자연과 철학, 문학에 대한 담론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노자와 장자, 철학과 삶의 도리, 사랑과 자비, 자연의 숨결 같은 말들은 시대착오 언어처럼 밀려나 버렸다.


심지어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사람들은 정치와 아파트 가격, 물질적 욕망에 매달린 채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우리는 영원히 살지 않는다. 단 1년을 살아도, 인간에게는 행복의 원천과 정신의 고고함이 무엇인지를 묻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야말로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들 속에서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어쩌면 지금의 막막함은 주제가 고갈되어서가 아니라, 질문이 바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한국 기업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훨씬 더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었다. AI와 자동화, 파운데이션 모델과 Physical AI,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은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를 다시 묻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것인가를 넘어, 어떤 삶이 남을 것인가를 묻는 시대에 들어섰다. 기술은 점점 더 많은 판단을 대신하고, 인간의 노동과 역할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효율과 생산성은 끊임없이 높아지지만, 그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위해 하루를 살아야 하는지 점점 말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 질문은 경제의 문제가 아니었고,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어느 한 기업의 전략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태도에 관한 질문이었고, 삶의 방향에 관한 물음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철학자의 질문이 아니라, 이제 우리 모두가 매일의 삶 속에서 마주하게 될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 역시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이윤 창출 기계로만 존재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기술이 판단하고, 시스템이 운영되는 사회에서 기업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는 가는 곧 사회 전체 방향이 된다. 주주 이익만을 추구하는 구조가 계속 정답일 수 있는지, 단기 성과를 위해 인간과 공동체를 소모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해졌다.


이 연재는 이제 한국 기업의 현실을 분석하는 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산업과 기술의 변화를 이야기하되, 그 이면에서 인간의 삶과 태도를 함께 묻는 글로 이어가고 싶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 글을, 빠르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잠시 멈춰 서서 방향을 확인하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성장해야 했고, 뒤처지지 않아야 했으며, 멈추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기술이 인간의 속도를 훨씬 앞지르기 시작한 지금,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이제는 속도보다 방향을, 결과보다 태도를, 성취보다 의미를 다시 묻는 시간이 필요해졌다.


이 글은 그 질문에서 다시 출발하기 위한 서문이다.
한국 기업의 현실을 바라보되, 그 끝에서 인간의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해.
AI 시대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우리가 어떤 인간으로 남을 것인지를 묻기 위해.

아직 답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