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코스
추자도를 제외하면 마지막 코스인 21코스에 진입했다. 길이는 11.3km로, 오늘 오후 4시면 완주할 수 있을 듯하다.
21코스는 연대동산을 지나 해녀들의 숨비소리길과 한동안 겹친다. 숨비소리는 해녀가 물속에서 올라와 내쉬는 긴 숨소리다. 연대는 조금 높은 지역에 돌을 쌓아 높게 만든 뒤 적의 침입등 위기 상황에 연기를 피웠던 망대이다.
해안이나, 오름등에 있었던 봉수대이고, 군인들이 상주했던 곳이다. 볼 때는 잘 몰랐는데, 검은 용암을 쌓은 연대 위에 올라 보니, 해안 전체와 저 멀리 몇 개의 오름과 평야가 한눈에 잘 들어온다.
길가에는 노란 국화처럼 생긴 가자니아 꽃이 가득하다.
하도면 마을 어귀에는 쉼터가 되는 팽나무가 있다. 마을 정자처럼 여행자와 주민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다. 태풍과 겨울 추위에도 잘 견딘다.
문주란이 자생한다는 토끼섬을 지나, 드라마 ‘폭삭속았수다’의 촬영지 중 하나인 하늘색 식당도 지났다.
길가에는 다정큼나무에서 풍기는 향기가 그윽하고, 야자수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야자수 잎이 사각사각 부딪히고,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와 어우러진다.
광고 깃발이 펄럭이고, 파도 소리는 점점 커진다. 오름 위로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청년 두 명이 오토바이로 지나가고, 그 뒤로 중년 여성 네 명이 전기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지나간다. 나는 올레길 내내 두 발로만 이동 중이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오름, 지미봉 정상에 도착했다. 높이는 163m이지만 멀리서 보면 두 배는 더 높아 보인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 가파르고 숨이 찰 정도다. 땀이 온몸을 적셨다. 날씨가 흐려 전망은 가렸지만,
맑았다면 최고의 전망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2025년 5월 20일 오후 4시 30분. 마침내 올레 마지막 코스인 21코스 종점인 종달바당에 도착했다.
바당은 바다의 제주 말인데, 그냥 바다가 아니라, 해녀들이 물질하러 가는 작업 공간, 즉 삶의 현장을 의미한다.
종점이지만 사람들도 거의 없고, 올레 센터나 쉴 곳도 없다. 단지 종점임을 알리는 스탬프만 있다. 게다가 1코스와도 직접 연결되지 않아, 길 중간에 올레 종점 표시만 있어 기대와 달리 허전한 느낌이 든다.
추자도를 제외하면 제주도를 한 바퀴 완주한 셈이다.
주변에 카페도 없어 아직 완주의 여운을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완주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위 문구가 올레길을 마치는 내 마음을 잘 표현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