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고양이 이야기 1부 -AI학습
고양이는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했을까.
개는 비교적 분명하다. 늑대가 인간과 함께 사냥을 하며 점차 길들여졌고, 인간은 그 과정에서 개를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교배하며 오늘날의 수많은 품종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개는 인간의 지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인간을 리더로 인식하는 성향이 강하다. 오늘날 개는 전 세계적으로 400종이 넘는 품종이 존재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고양이의 역사는 인간이 어떤 동물을 길들였다는 이야기라기보다, 한 동물이 인간 곁으로 조용히 다가왔다는 이야기와 더 가깝다.
지금으로부터 약 만 년 전, 인류는 중요한 변화를 맞이한다. 사냥과 채집 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 농경을 시작한 것이다. 중동 지역의 이른바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는 밀과 보리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처음으로 곡식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곡식을 저장하자 곧 다른 존재들이 몰려들었다. 쥐였다. 곡물 창고는 쥐들에게는 말 그대로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곡식이 풍부했고, 인간은 아직 효과적인 방제 방법을 알지 못했다.
바로 이때 등장한 동물이 고양이였다.
야생 고양이, 특히 오늘날 집고양이의 조상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들고양이는 작은 설치류를 사냥하는 데 매우 능숙한 동물이었다. 곡물 창고 주변에는 쥐가 넘쳐났고, 고양이에게는 훌륭한 사냥터였다. 고양이들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거주지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일종의 우연한 협력 관계였다.
인간은 쥐 때문에 곡식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했고, 고양이는 쥐를 잡기 위해 인간의 곡물 창고 근처로 왔다. 인간에게는 쥐를 잡아주는 동물이 필요했고, 고양이에게는 먹이가 풍부한 사냥터가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이 시작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개와는 상당히 달랐다는 것이다.
개는 인간이 선택적으로 길들인 동물이다. 인간은 사냥을 도와줄 개, 집을 지킬 개, 양을 모는 개를 만들기 위해 수천 년 동안 품종을 개량해 왔다. 그래서 오늘날 개는 인간의 명령을 잘 따르고 인간과 강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그런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았다.
인간은 고양이에게 특별한 일을 시키지 않았다. 고양이의 역할은 단순했다. 쥐를 잡는 것.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 인간은 굳이 고양이를 다양한 모습으로 개량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 결과 오늘날 고양이 품종은 약 70여 종 정도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점은 전 세계 고양이의 대부분이 사실 특정한 혈통을 가진 품종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고양이의 대부분은 자연적인 교배로 태어난 ‘집고양이(domestic cat)’들이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리안 숏헤어 역시 특정한 품종이라기보다는 이런 자연 교배 고양이에 속한다.
물론 인간이 만들어낸 품종 고양이도 존재한다. 접힌 귀를 가진 스코티시 폴드, 둥근 얼굴과 두꺼운 털을 가진 브리티시 숏헤어, 그리고 표범 같은 무늬로 유명한 벵갈 고양이 등이 대표적인 품종이다. 그러나 이런 고양이들조차도 개에 비하면 외형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고양이는 여전히 조상인 들고양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고양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진 동물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정확한 숫자를 알 수는 없지만 학자들은 전 세계에 약 6억 마리 정도의 고양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개 역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전 세계 개의 수는 약 9억 마리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약 600만 마리 정도의 개가 반려동물로 키워지고 있고, 고양이는 약 200만 마리 정도가 가정에서 키워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기에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왜 고양이는 이렇게 길에서 살아가는 개체가 많을까.
이 역시 고양이의 생태와 관련이 있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인간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이다. 작은 설치류나 곤충을 사냥할 수 있고, 좁은 공간에서도 생활할 수 있으며, 비교적 적은 먹이로도 생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번식력이 매우 강하다. 한 마리의 암컷 고양이는 1년에 두 번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있고, 한 번에 여러 마리를 낳는다.
그래서 한 마리의 유기 고양이가 몇 년이 지나면 작은 집단으로 늘어나는 경우도 흔하다. 도시의 골목이나 공원에서 고양이 무리를 종종 보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쩌면 고양이는 인간에게 길들여진 동물이 아니라, 인간과 같은 공간을 선택한 동물일지도 모른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양이는 여전히 인간에게 완전히 복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다.
아마도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는 지배와 복종의 관계가 아니라, 조용한 공존의 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는 인간이 만든 동물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인간이 만든 동물이 아니다.
고양이는 단지 인간 곁에 머물기로 선택한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