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한국 기업의 현실과 희망

서문 AI와 함께 탐구하는 과정

by 한재영 신피질

2025년 8월 8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자메이슨 그리어(Jamieson Greer)는 전

세계를 향해 이렇게 선언했다.


WTO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새로운 ‘트럼프 라운드(Trump Round)’ 무역 질서가 시작된다.”

30년 동안 글로벌 무역을 지탱해 온 WTO 체제는 사실상 마비됐다.


다자주의 규칙은 사라지고, 미국은 국가별 맞춤 관세와 상호주의 기반의 무역 구조

설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관세 정책 변화가 아니다. 글로벌 산업 질서의 근본적 재편이다.

이 변화는 한국 제조업에 치명적인 의미를 던진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화학 등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그 힘으로 전 세계에 제품을 팔며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특히 반도체는 천문학적 투자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 왔다.

하지만 그 성공은 대부분 해외 수출에 의존한 구조 위에서 세워진 것이었다.


이제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 자립을 위해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은 CHIPS Act를 통해 반도체 생산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다시 가동해 장비·소재 국산화를 가속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도 부활을 선언하며 자국 생산 능력을 복원 중이다.


만약 주요 고객국이 모두 자급하게 된다면, 한국 반도체는 과연 어디에 팔 수 있을까?


문제는 이것이 반도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산업 전반이 비슷한 구조적 위험에 놓여 있다.


중국이 WTO 가입(2001년) 이후 ‘세계의 공장’이 되던 시절,

한국은 중국의 조립산업에 중간재를 공급하며 고속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자체 기술 개발로 중간재조차 자국에서 생산하며 한국과 경쟁하는

위치로 바뀌었다.


이처럼 산업 경쟁력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국내 사회 구조 역시 불안하다.


- 중소기업의 기술 자립도 부족, 대기업 의존형 하청 구조

- 청년 실업률 상승과 인력 미스매치

- 노인 빈곤율·자살률 OECD 최상위

- 산업 정체 속 빈부격차 확대와 중산층 붕괴


이 불균형은 단순한 경기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기술 변화가 밀려오고 있다.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은 과거 미국 제조업 부활을 가로막았던 높은 인건비 문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미 미국·유럽·중국의 첨단 공장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기반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AI는 산업 혁신의 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실업과 양극화를 가속하는 파도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전환 앞에서, 한국 기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탐색의 기록이다.

나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산업, 글로벌 영업과 전략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AI와 함께 한국 기업과 산업의 미래를 분석하고자 한다.


과거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

AI를 위협이 아닌 협력의 동반자로 삼아 새로운 기회를 찾는 여정을

1년간의 연재를 통해 독자와 함께 걸어갈 것이다.


변화는 거대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바로 지금, 우리의 시선과 행동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