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왜 변화하려 하는가 ①제조업 해외 아웃소싱 증가

1부 글로벌 공급망 변화 1장 국가별 전략 수정

by 한재영 신피질

러스트벨트(Rust Belt)라는 말이 있다.

한때 미국 제조업의 심장이었지만, 지금은 녹이 슨 기계와 비어 있는 공장으로 상징되는 지역이다.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자동차, 철강, 기계 산업으로 번성했고, 백인 노동계급 중산층의 삶을 지탱해 왔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아웃소싱과 자동화, 특히 2000년대 이후 중국의 WTO 가입과 ‘차이나 쇼크’로 제조업 일자리가 급격히 줄었다.



데이터를 보면 2000년대 초 1,720만 명이던 미국 제조업 고용은 2017년 1,240만 명으로 줄었다. 단 15년 만에 500만 개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1999~2011년 중국과의 무역으로만 100~2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연구도 있다. 생산성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올랐지만, 생산 거점이 해외로 이전되면서 지역 경제 기반은 붕괴됐다.



이 변화는 정치적 지형까지 흔들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던 백인 노동계급이 트럼프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러스트벨트 다수 주를 뒤집었고, 2020년에도 상당수 지역에서 강세를 이어갔다.


반면 민주당이 강세인 해리스 지지 지역은 뉴욕, 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처럼 첨단 서비스 산업과 다문화 인구가 집중된 대도시권이다.


제조업 기반이 약한 지역과 강한 지역의 정치 성향이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오하이오 영스타운의 한 중년 여성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번도 공화당에 투표한 적 없어요. 그런데 제일 큰 트럼프 표지판을 주세요.” 스틸밀 폐쇄와 일자리 상실로 인한 분노와 절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처럼 경제 붕괴가 정치적 이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단순한 ‘정치적 선동’이 아니라 냉정한 생활 조건의 변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흐름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지금 미국 산업 정책의 핵심이다.


2022년 CHIPS and Science Act는 반도체 제조와 연구에 2,800억 달러를 투입하며 미국 내 생산 시설을 유치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분야에 민간 투자 수천억 달러를 이끌어내고 있다. 인프라 투자법(IIJA)까지 합치면 약 1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제조업 부활과 지역 재활성화에 투입된다.

이들 정책은 단순한 공장 건설을 넘어, 지역 중산층 일자리를 되살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CHIPS 법안만 해도 반도체 관련 11만 5천 개의 건설·제조 일자리를 만들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 임기 중 제조업 일자리는 77만 5천 개 이상 늘었다. 그러나 경기 둔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성과가 완전히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제조업 해외 이전은 지난 40년간 미국 경제 구조를 바꿨고, 러스트벨트 백인 중산층의 붕괴는 정치적 균열을 확대했다. 지금의 제조업 부활 전략은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 통합과 정치 안정이라는 더 큰 과제를 품고 있다.


미국이 왜 변화하려 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이 지역의 공장 터와 사람들의 표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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