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한국 제조업의 위기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제조업 분야 가운데 최근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석유화학 산업이다.
이 산업은 한국 GDP와 고용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울산·여수·대산 등지의 대규모 단지에는 수많은 협력업체와 일자리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석유화학의 침체는 단순히 기업의 수익성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와 국가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한국의 2024년 총 원유 및 나프타, LPG 등 석유 제품 수입은 1,131억 달러로 국가 총수입액의 17.9%이다. 양으로는 원유는 10억 배럴, 나프타는 2억 배럴 규모이고 대부분 중동 국가에서 수입한다.
최근 정부는 석유 화학 업계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불어온 석유 화학 업계의 불황은 중국 및 인도등의 과도한 설비투자 및 중국 경기 침체가 주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한국 석유 화학 업계도 지나친 설비투자 및 고부가가치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현실 안주로 상황을 악화시킨 듯하다.
주요 업계의 상황을 보면, 25년 2분기 롯데 케미컬은 영업손실 2449억 원 , 나프타 크래커(NCC) 가동률은 64%이고, LG 화학도 904억 적자 및 가동률 72%이다. 여천 NCC도 1,069억 손실 및 3 공장을 가동 중단했다. 전반적으로 가동률이 70% 수준이고, 연간 석유 화학 업계의 총적자는 약 2조 원 수준 예상된다.
한국의 석유 화학 은 주로 NCC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프타(Naphtha)는 원유를 1차로 가볍게 정제한 제품으로, 한국은 원유를 85%, 나프타 형태로 15% 수입한다. 특히 대부분 석유 화학 업계는 원유를 나프타로 만들고, 나프타에서 800도로 고온 처리하여,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 석유 화학 원료를 만든다.
이 유분은 다시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으로 이어지며 자동차·전자·포장·의류·건설 산업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즉, 나프타 → 기초 유분 → 중간 제품 → 최종 제품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가치 사슬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과정을 NCC(Naphtha Cracking Center) 나프타분해센터 라고 한다.
문제는 단계별 부가가치 비중에서 한국은 여전히 기초소재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나프타 단계는 부가가치가 낮고, 합성수지나 섬유 같은 중간재 단계에서 한국의 비중이 크다.
반면, 고부가가치 영역인 정밀화학·첨단소재 분야는 유럽, 미국,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시장이 침체되거나 중국이 공급을 확대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곧바로 타격을 받는다.
최근 석유화학 경기가 어려워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이 막대한 설비를 돌리며 자급률을 높이고, 값싼 중동산 제품이 밀려오면서 글로벌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게다가 고유가와 전력비 상승, 탄소중립 압력까지 겹쳐 한국 석유화학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사실 석유화학 산업은 환경적으로 선진국들이 기피해 온 영역이다.
에너지 집약적이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은 1970~80년대 이후 환경 규제를 강화하며 신규 투자를 줄였고, 대신 한국, 대만, 중국 등이 이 산업을 떠안았다.
다만 예외적으로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으로 저가의 에탄을 원료로 쓰는 ECC(에탄 크래커)를 대규모 가동하며 다시 강자로 부상했다.
중동 역시 원유와 가스의 값싼 공급 덕분에 저원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전쟁도 한국 석유화학에 간접적 압력을 가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산업의 활로는 어디에 있을까?
첫째, ‘스마트 플랜트’로의 전환이다. AI가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사고를 예측하며, 생산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둘째, 신소재 개발이다. AI 기반 재료과학을 활용하면 친환경 플라스틱이나 바이오소재 같은 고부가 제품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셋째, 탄소 저감 기술과의 결합이다. AI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S)의 효율성을 높여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결국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규모의 경제’에 안주할 수 없다.
환경 규제, 중국의 추격, 글로벌 공급 과잉이라는 삼중 압박을 뚫고, AI와 친환경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