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사람은 있을까?#4

말을 바꾼 인간

by 방구석오랑우탄

말이 바뀐 사람
나와 다른 선생님은 한 명의 환자를 두고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치료는 하나의 방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같은 말을 했다.
이 치료만 고집하기보다, 상태에 따라 여러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환자는 매번 선을 그었다.
“이 치료만 할게요.”
“다른 건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설명을 덧붙일수록, 그의 선택은 더 단호해졌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자던 건 우리였고,
하나만 하겠다고 고른 건 그였다.
그 선택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는 않았다.
대신 우리는 계속해서 기록을 남기고,
집에서 해야 할 부분과 치료의 흐름을 설명했다.
언젠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해질 수 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고 반복했다.
내가 연차를 냈던 날, 치료가 끊기지 않도록
나는 다른 남자 선생님에게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다.


어떤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지,
환자가 스스로 해야 할 몫은 무엇인지.
치료는 한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는 말을 바꿨다.
이번에는 치료사를 바꿔달라고 했다.
그 대상은 여자 선생님이었다.
이유는 이랬다.


“이 치료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하고 싶다.”
그 말은 낯설지 않았다.
우리가 처음부터, 계속 해오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때마다 분명히 말했다.
“아니요, 저는 이 치료만 할게요.”
그 순간 알게 됐다.
사람은 선택을 바꾸기도 하지만,
그 선택의 이유까지 바꾸기도 한다는 걸.
말이 바뀌면, 기억도 함께 바뀌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걸.
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설득도, 해명도 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에게만 물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말을 했는지,
해야 할 준비를 했는지.
답은 분명했다.
말을 바꾸지 않았고, 과정을 생략하지도 않았다.
그 사실 하나로


‘정말 좋은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흔들리지 않은 사람으로는
남아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