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나는 부정해왔다.
가족 말고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 말고도
믿을 만한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현실은
부정하듯 분명했다.
사람들은 서로의 장단점이 너무 또렷했고,
너무 완벽하고 믿음직해 보이면
그만큼 깊게 배신했고,
너무 초라하고 믿음직하지 못해 보여도
결국 사람을
사람이 아닌 도구로 여기는 이들이었다.
처음에는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상해서,
내가 모자라서,
그래서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안 좋게 보는 거라고.
그 생각은
나를 안쪽에서부터 갉아먹었다.
죽고 싶었다.
나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나를 물지 않았다.
서로를 물었고,
서로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물어뜯고 씹었다.
그제서야
나는 이 차가운 현실에서
다른 눈을 뜨게 되었다.
사람을 비교하는 눈.
단순한 장점과 단점이 아니라,
이 사람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조용히
내 곁에 머물 수 있는지를 보는 눈.
그래서 나는
내가 느꼈던 모든 것들을
글로 남긴다.
나처럼 괴로워했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 위해서,
나와 비슷한 눈을 가진 사람들에게
“네가 이상한 게 아니다”라고 말해주기 위해서.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간을 내어
조용히
글을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