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흉내를 내며 사는법 2편

감정 없이 공감하는 법

by 방구석오랑우탄

치료실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건 기술이 아니다.
감정을 다루는 법이다.
정확히 말하면, 감정을 숨기는 법에 가깝다.
환자가 “오늘은 더 아파요”라고 말할 때,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놀라지도, 무심하지도 않은 각도의 표정으로.
이 표정은 연습한 적 없지만,
매일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남았다.
보호자가 불안을 쏟아낼 때도 마찬가지다.
말은 길어지고, 질문은 점점 공격적으로 바뀐다.
그럴수록 나는 말수를 줄인다.
상대는 설명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안심을 원하고 있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 줄 알았던 건 아니다.
초반의 나는 모든 말에 반응했다.
아픔을 그대로 받아 적었고,
회복되지 않는 몸 앞에서
같이 조급해하고 같이 실망했다.
그때의 나는 분명 성실했고,
그래서 더 빨리 지쳤다.
어느 날은 치료가 끝나고
치료실 문을 닫는 순간 다리가 풀렸다.
아픈 건 환자였는데,
집에 가는 내내 몸이 무거웠다.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씩
감정을 접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공감은 하되, 잠기지 않는다.
이해는 하되, 끌려가지 않는다.
이 문장은 어느새
내 안의 기준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런 태도를
전문성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가끔은 의문이 든다.
이게 정말 전문성인지,
아니면 반복에 길들여진 무뎌짐인지.
아픔 앞에서 덜 흔들리는 내가
좋은 치료사인지,
그저 익숙해진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환자 편이다.
다만 예전처럼
모든 감정을 다 건네지는 않는다.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
그리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감정을 조금 남겨두기로 했을 뿐이다.
사람을 고치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얼마나 아끼며
현장에 남아 있을 수 있는지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감정을 숨긴 채 치료실에 선다.
이건 냉정함이 아니라
계속 일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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