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흉내를 내며 사는법 #3

회복되지 않는 사람들

by 방구석오랑우탄

치료실에는 회복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회복될 수 없는 몸이 아니라
회복되기를 이미 포기한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그 차이를 잘 몰랐다.
아픈 몸과 아픈 마음을 구분하지 못했고,
시간만 주어지면 모두 나아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순진함에 가까웠다.
어떤 사람은 치료를 받으면서도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한다.
“어차피 안 나을 거잖아요.”
그 말은 질문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이미 내려놓은 선언에 가깝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몸보다 먼저 굳어 있는 무언가를 느낀다.
근육보다 단단한 체념,
통증보다 오래된 실망.
그건 스트레칭으로 풀리지 않고,
운동으로도 교정되지 않는다.
물리치료사는 몸을 다루는 직업이지만
현장에서는 자주 깨닫게 된다.
문제는 몸이 아니라
그 몸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라는 걸.
그래도 나는 치료를 한다.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면서도
손을 멈추지는 않는다.
그건 희망을 믿어서라기보다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 사람으로
내가 남아 있고 싶기 때문이다.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게 과연 의미 있는 일인지,
그저 형식적인 반복은 아닌지.
하지만 그 질문에 답을 찾기도 전에
다음 환자가 치료실 문을 연다.
어떤 날은 아주 작은 변화가 생긴다.
통증 수치가 아니라, 말투에서.
“오늘은 조금 덜 아픈 것 같아요.”
그 한 문장으로
그 사람은 다시 ‘회복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나는 아직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회복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그 순간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아마 나는
모든 사람을 회복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회복을 완전히 포기한 순간까지는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게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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