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흉내를 내며 사는법#5

「 이유를 찾는다면」

by 방구석오랑우탄

나는 가끔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사람의 말을 끝까지 믿는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사람의 몸 앞에 서서
손을 올리고, 눌러보고, 움직인다.
이유를 묻는다면
거창한 사명감 같은 건 없다.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거나,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말도
이제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다만 손을 놓지 못한다.
몸은 거짓말을 덜 한다.
말보다 먼저 반응하고,
표정보다 정확하다.
아프면 굳고,
무서우면 버티고,
포기하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나는 그 정직함 앞에서
이상하게도 덜 지친다.
사람의 마음은 계속 말을 바꾸지만,
몸은 오늘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사람보다 몸을 상대할 때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다.
물론 한계는 분명하다.


좋아지지 않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해도 변하지 않는 통증도 있다.
열심히 했다는 말조차
위로가 되지 않는 순간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이만하면 됐다’는 말을
가장 먼저 나 자신에게 해준다.
더 이상 욕심내지 않기 위해서,
더 깊이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그 말은
환자를 내려놓기 위한 말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살려두기 위한 말이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사람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회복이라는 단어도
조심스럽게 다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만큼은
이 사람의 몸이 어제보다
조금 덜 아프길 바란다.
그 바람은
희망이라기보다는 습관에 가깝다.
오래 반복해서 몸에 남은 태도 같은 것.
그래서 나는 내일도
같은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사람 흉내를 조금 더 정교하게 하면서.
그러면서도 손만큼은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아마 이 일이
나를 더 사람답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사람이 아닌 상태로
무너지지 않게는 해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손을 놓지 않는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도
사람 곁에 남을 수 있는
내가 가진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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