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치료사 였다#2

몸을 내려놓는 연습

by 방구석오랑우탄

치료를 하다 보면

사람의 몸이 언제 무너지는지 알게 된다.

버티던 근육이 포기하는 순간,

억지로 세워둔 자세가 무너지는 지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걸 내 몸에서는

가장 늦게 알아챘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의 통증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출근길에는

이미 하루를 다 쓴 사람처럼 숨이 찼다.

그래도 나는

그게 직업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치료사는 참는 법을 먼저 배운다.

아픈 사람 앞에서

내 아픔은 사소해져야 하고

불편함은 전문성 뒤로 숨겨야 한다.

그렇게 참는 시간이 쌓이면

어느새 그게 일상이 된다.

문제는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회복되지 않는 피로,

계속 반복되는 통증,

그리고 점점 느려지는 회복 속도.

나는 환자에게는

“지금 멈추는 게 더 큰 손상을 막는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그 말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치료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몸으로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두려움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예전에는

치료사가 되는 게 목표였고

좋은 치료사가 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치료사가 되는 것과

오래 살아남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다른 길을 생각했다.

치료를 포기해서가 아니다.

이 일에 실망해서도 아니다.

다만

치료라는 이름 아래

내 몸과 삶을 계속 소모시키는 방식이

유일한 길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을 뿐이다.

어쩌면

이건 도망이 아니라

방향 전환일지도 모른다.

환자의 몸을 보던 시선을

조금 더 멀리 두는 일.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하는 일.

나는 여전히

몸을 이해하는 사람이고

회복을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더욱

무너진 뒤에 멈추고 싶지 않았다.

치료사로서 배운 가장 중요한 건

강해지는 법이 아니라

멈춰야 할 때를 아는 감각이었다.

이제 나는

그 감각을

나 자신에게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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