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다. 베르겐 전체가 시야에 들어오고 몇 마디 감탄사를 내놓는 외에는. 이곳을 안내한 게일도 별 말없이 내게 감상의 여유를 허락하는 듯했다. 비내린 어젯밤의 첫인상을 말끔히 바꿔놓는 이 쾌청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분기점(threshold)으로
런던에서 시작한 첫유럽여행은 프랑스, 독일, 덴마크를 거쳐 노르웨이에 이르렀다. 이곳 베르겐에 오기까지 2주 정도의 일정은 도시 중심의 문화여행이었다. 역사, 문화, 종교 등 여러 인문적 학습을 통해 첫유럽여행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준비를 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만큼 진실된 격언은 없을 것이다. 아, 그러나 이 플로엔 언덕에 서서 이 경치를 보고 감탄을 자아낼 때(awe-experience) 난 무엇 준비했었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탑승하여 덴마크 코펜하겐을 경유하여 베르겐에 도착하는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 건 나였다. 3일짜리 베르겐 패스를 예약한 것 역시 나였지만 베르겐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나의 오랜 친구 게일이 이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를 믿고 왔기 때문이다. 조금은 안이한 준비였을까.
오슬로에서 귀국할 때까지 나흘을 더 보내게 될 노르웨이는 전반전과는 다른 후반전이 될 것임을 확실했다. 앞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특히 여행에 관하여 특별한 진실을 담고 있긴 하지만 플로엔에 서서 본 이 광경은 지(知)를 넘어선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난 이런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일 의지가 있었고 저 바닷가 흰 물보라를 그으며 떠나는 페리(ferry)가 다음 여정을 예비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분기점을 맞았다.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