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미네이션 Dopamine Nation 속으로
그렘린의 놀이터
우리 뇌는 쾌락과 고통을 하나의 시소 위에 올려놓고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처리한다. 쾌락의 증가는 시소의 한쪽이 내려가는 모습이고 동시에 반대쪽이 올라가는 것은 고통이 감소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중요한 건, 이 쾌락과 고통의 시소는 끊임없이 균형잡기 놀이를 한다는 데 있다.
맛있는 치즈케잌을 한조각 먹으면 신경세포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기분을 좋게 만든다. 곧 있으면 도파민 효과는 사라지겠지. 또 한조각을 먹고, 어느 새 입안에서 사라지는 치즈의 향긋함을 견딜 수 없어 중독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렘린들은 한 조각의 쾌락에 대응하여 시소의 고통쪽으로 몰려가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쾌락의 강도와 지속성이 클수록 시소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그렘린들의 대응도 강화되어 중독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 그렘린Gremlin이란 존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공군 조종사들이 비행기 고장이 자주 나자 “기계 속에 그렘린이 들어있다”고 농담하듯 말한 데서 유래하였다. 이후 뜻이 확장되어서 기계나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는 작은 악당 요정을 뜻하게 되었다. 어쩌다 우리 뇌는 그렘린의 놀이터가 되었는가
이토록 풍부한 세상에서
인류역사상 지금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절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일순간도 빠짐없이 쾌락의 쾌락의 쾌락의 연속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역사상 유래가 없었다면, 우리 뇌의 진화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이뤄졌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늘 굶주리고 부족한 상황에서 고통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면 쾌락과 고통의 조절메커니즘은 지금처럼 강도와 빈도에서 훨씬 약하고 간헐적이었을 것이다.
중독자들과, 중독 그 즈음에 이른 후보자들에게
이들은 아마도 "탄광 속의 카나리아"일지도 모른다. 쾌락 과잉시대의 문제를 앞서서 보여주는 이들이 바로 중독자들이 아니겠는가. "자위기계를 만드는 남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제이콥이라는 중독자의 사례를 전반에 걸쳐 낱낱이 소개하는데 이외에도 저자 자신의 중독경험과 여러 중독사례들을 통해 보여주는 심각성은 그 진솔함 만큼이나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하다.
개인적으로 드레이크의 사례가 인상적인데, 어쩌면 사소한 음주운전의 해프닝으로 끝남으로서 의대생의 흑역사로 잊혀질 수도 있었지만, 법원에서 당당히 유죄를 받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전과기록을 받아들이게 된다. 레지던트에 지원할 때, 자격증을 신청할 때 등 그때마다 음주운전에 이은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게 되는데 중독에 대처하는 자세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2025.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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