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을 나는 새

백제금동대향로

by MOC

이 금으로 만든 봉황은 번쩍이는 날개를 펴고 영원히 시간 속을 나는 것이다.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1956년


1993년 부여의 능산리 절터에서 발견된 금동대향로는 1400년의 시간을 견뎌냈다. 뚜겅의 상단부에는 금동봉황이 구슬을 괴고 향로 정상에서 날개를 활짝 펼고 긴 꼬리를 드높게 날리며 장엄하게 서 있다. 어느 급박한 사정에서였는지 이 새와 향로는 진흙탕 속에서 그 오랜 세월을 용케 지내온 것이다. 겉면의 도금이 청동의 부식을 막았고, 땅속의 진흙이 산화를 방지한 덕분에 이 금동대향로는 원래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다.


이 금동봉황의 존재는 금각사, 그것도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떠올리게 한다. 금각사 지붕위의 황금빛 봉황은 그 빛깔이나 형태, 상징성에서 유사할 뿐만 아니라 그 미적 아름다움은 비할 바가 없다. 이번에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백제금동대향로관을 오픈하면서 이 봉황의 세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백제의 봉황은 신의 사자로서 우주적 존재를 나타내는데 턱에 구슬을 괴면서 형성된 목의 곡선이 우아하고 날고 있는 듯 꼬리를 날리고 날개를 펼치고 있지만 완전히 날아오르는 모양새는 아닌 것 같다. 반면 금각사의 그것은 구슬을 괴는 대신 머리를 당당히 들고 시간의 바다를 나는 듯한 당당함이 엿보이고 날개와 꼬리는 있는 힘껏 항해의 돛을 펼친 것 같다.


금각사의 봉황과 달리, 우리는 이 백제금동대향로의 봉황을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다. 특히 이 것이 향로라는 점에서 냄새 맡을 수 있다는 것, 그 몸체에서 향이 피어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다는 건 차별점이다. 금동봉황이 앉아 있는 뚜껑부분에는 겹겹이 쌓인 산봉우리가 펼쳐지고, 그 아래 몸체에는 활짝 핀 연꽃 문양이 조각돼 있다. 이 뚜껑과 몸체는 물결을 헤치며 솟구치는 용이 받치고 있다. 높이 62cm의 향로에는 백제인이 꿈꾼 우주의 질서가 층층이 쌓여 있다.


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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