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edge of stone
고백하건데 그날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삶이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돌덩어리 한 조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뾰족하게 생긴 녀석이 찌르기 좋다는 걸 알았을테고 얇고 날카로운 돌조각에 손을 베이고 피를 보며 무언가를 자를 수 있고 무기로도 적합한 것을 알았을 것이다. 다만 땅바닥에 버려진 그 한 조각을 잘 찾는다면 말이다.
돌덩어리를 던져서 깨어보기도 했을 것이다.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깨어진 것 중에서 원하는 한 조각을 골라서 찌르거나 자르거나 두드리거나 그 용도에 맞게 쓰다가 '날'이 망가지면 다시 찾아 나섰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 순간이 찾아왔다. 번갯불처럼
돌에 돌을 문대는 순간 울툴불퉁 모난 면이 깍이면서 얇고 날카로운 날이 "만들어" 지지 않았을까. 그건 완성의 순간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그 투박한 원시인의 손동작에서 도구가 변화되는 순간을 인식하고 이쪽저쪽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 뿐이다.
섬광처럼
완전히 다른 삶이란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다.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선사시대 뗀석기와 간석기에 관하여 학예사가 해설하는 장면이었는데 그건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뤽 베송 감독의 '루시'라는 영화에서 파란색 약물이 몸에 흡수되면서 뇌활성도가 80% 90%에 이르는 단계에서 표현한 장면이 그 느낌을 가장 잘 묘사한 것 같다. 그때서야 비로서 뭔가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https://youtu.be/NdLTEC6X3pk?si=XVSvuwEyGPlLwtSU
손버릇
손에도 눈이 달리고 귀가 달리고 혀가 달린 것처럼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만져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