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우리가 잘못 만든 감정이 아니다

인간이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에는 오래된 역사가 있다. 초기 인류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위험을 탐지해야 했다. 동굴 밖으로 나가 처음 보는 붉은 도마뱀을 발견했다면,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먼저 앞섰을 것이다. 그 생명체가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본능적으로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수백만 년 동안 반복된 이런 선택들은 결국 우리 뇌 속에 ‘낯선 것 앞에서는 먼저 회피하라’는 신호 체계를 남겼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리면 도전하기보다 움츠러드는 쪽을 쉽게 택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두려움이 ‘낯섦’ 때문이라는 점이다. 연구진들의 fMRI 실험은 여러 번 마주한 대상에 대해 뇌가 훨씬 덜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친숙해지는 순간, 경계심은 빠르게 누그러지고 회피 반응도 줄어든다. 두려움은 우리가 잘못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익숙해지기 전까지 우리를 지켜주는 일종의 생존 장치였던 셈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겁이 나는 건 ‘문제’가 아니라 ‘출발점’일 뿐이라는 것. 두려움이 사라지는 지점은 언제나 비슷하다. 낯섦이 익숙함으로 바뀌는 그 순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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