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 생존하기
판교에 거주하는 N년차 직장인인 나는, 어느 날 문득 불안함에 빠졌습니다.
10년 뒤에 나는 무엇을 하고 살게 될까?
개인적인 관심과 호기심으로 꾸준히 AI 관련 공부를 하기도 하고, 캐글에도 참가해 보고, 자격증들도 따 왔지만 그런 것들이 나의 불안함을 해소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또, 이런 것들을 아무리 공부하고 실력을 갖춘 들, 모두가 인정할만한 "기준"을 취득하지 못하면, 결국은 내 자기만족으로밖에 끝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AI분야는 하루하루가 다른지라, 어떤 사람이 AI 관련 업무에 적합한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석사 학위 이상을 AI 관련 업무의 최소 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결국, 한몇 년간은 내 머릿속을 맴돌던 그것을 드디어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대학원에 가자
누군가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정보가 많이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정보를 얻고 싶어 여러 번 검색을 했지만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으므로.
이후에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 분들을 위해,
여기에 기록으로써 나의 직장과 대학원 병행 경험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대학원을 가겠다고 정했으니 어디로, 또 어떤 전공으로 가야 할지 정해야 했습니다.
고민은 길지 않았습니다.
전공은 무조건 데이터 사이언스, 혹은 AI관련 전공이었습니다.
이 분야의 발전속도는 과하게 빠른 감이 있습니다.
내가 최초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머신러닝이었는데, 캐글의 지난 5년간 트렌드를 보면,
머신러닝 문제들이 처음에는 주를 이루다가,
곧 비전인식이나 음성인식 같은 딥러닝 문제들이 대세를 이루었고,
최근에는 Gemini와 같은 거대 LLM 모델을 파인튜닝 시키는 문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5년이 지나면, 어떤 것들이 나올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저는 그럴수록, Fundamental 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AI 시대에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모호해진 감이 있으나,
수학과 통계야 말로 모든 것의 근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외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학부는 광고학 전공으로, 선형대수나 응용통계등을 배운 적은 있으나 (한국 대학에서 대부분의 광고학과는 이런 걸 배우지 않는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문/이과 구분으로 치자면, 이도 저도 아닌 하이브리드형이랄까?
다만 이런 것들은 N년차 직장인인 지금으로서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다시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연구지향적인 것보다는,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배우고 싶었습니다.
마치 따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느낌이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나에게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한다는 것이, 꼭 좋은 일자리를 뜻하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 잘 다니고 있는 직장을 관두기보다는 병행하면서 나의 가치를 높이고 싶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대학원을 찾다 보니, 저의 유튜브 알고리즘이 변했습니다.
유튜브는 계속해서 저에게 여러 대학원들을 추천하는 영상을 보여줬고, 그중에 가장 끌렸던 것은 고려대학교의 융합데이터과학대학원이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수학과 통계로 시작해서, 머신러닝과 딥러닝, 그리고 LLM까지 모든 과정을 포함하고 있었고,
MLops가 포함되어 있는 것도 굉장히 실무적인 느낌을 주어 끌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다른 곳은 일절 보지도 않고, 고려대학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원서를 넣었고, 내가 그동안 진행했던 여러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와, 내가 왜 이 학교에 다니고 싶은지를 적었습니다.
또,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AI 산업이 가야 할 길, 그리고 어느 정도의 격차가 있는지를 제가 실무 하면서 느낀 바도 적었습니다.
이는 원서를 적기 위해 갑자기 적은 것은 아니고, 정말로 평소에 하던 생각들이었습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AI 가 적용된 NPC가 실제로 게임에 돌아다니는 모바일 게임이 있고, 1년이 지나서는 NPC에 의해 실제 유저가 신고되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AI활용은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었고, 멀지 않은 미래에는 각 산업 분야에서 도메인 지식을 갖췄으면서 AI 관련 지식을 갖춘 사람이 총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학교가 너무 맘에 들었기 때문에, 첫사랑에게 고백 편지 쓰듯, 절실한 마음으로 썼습니다.
해당 대학원은 AI 데이터 사이언스 학과와 융합데이터과학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커리큘럼 상에서 큰 차이는 없겠으나, 면접 일정이 AI 데이터 사이언스 학과가 좀 더 빨랐기 때문에, 이곳의 면접을 먼저 보았고, 한참 동안 합격 혹은 불합격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에 두 번째 융합데이터과학과의 면접 시기가 되어 이곳도 면접을 보고, 떨리는 마음으로 지난 2024년의 마지막을 보냈습니다.
결과는 합격
대학원 모집 설명회 때의 온라인 참가자 수와, 최종 면접을 봤던 분들의 수를 생각하면 대략 35:1 정도의 경쟁(오피셜 아님)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주변 대학원을 진학했던 친구들에게 들어보면, 확실히 AI 관련 전공들의 인기가 매우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나로서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빈말이 아니고 정말로)
그렇게 두 번의 면접을 거쳐, 나는 고려대학교의 AI 데이터사이언스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고민도 있었지만,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애써 무시해 버렸습니다.
이후에는
1. 직장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할만한지?
2. 대학원에서 배운 것들이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3. 최종적으로, 대학원을 졸업한 후 내 인생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 세 가지를 주제로, 꾸준히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여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은 있습니다.
앞으로 졸업할 때까지는 주말에 약속을 잡지도 못할 것 같고, 해외여행도 못 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저에게 대학원을 가라고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애초에 공부에 당최 취미를 갖기는 어려운 사람이었지만,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 길인 만큼, 힘들어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자기 최면을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