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에 양자역학 시즈닝 첨가하기

나 밖에 몰라도, '기도'도 '정보'다

by 상영

2월 중순을 넘어가는데도 패딩을 벗어던지기가 어려운 것 같다. 횡단보도에 멈춰 보행 신호를 기다릴 때면, 배로 추워지는 기분이다. 손가락이 금방 얼어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이런 날씨에 길 위에 있으면,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깨가 움츠러들었지만 바삐 움직이는 직장인과 학생들, 그리고 심심치 않게 보이는 공사장과 인부들을 보며 왠지 모를 에너지를 느낀다. "오늘도 잘 해봐야지" 하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나는 자기 전, 하루의 일상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연인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기도 하고, 사과를 깎아 먹으며 TV 앞에서 가족끼리 도란도란 떠드는 모습을 상상하기를 바란다. 이번에는 연인과 15분 정도 통화를 했는데, 주요 화제는 그녀가 요즘 두통에 시달린다는 것이었다. 오래 의자에 앉아 굳은 자세가 원인일 수도 있고, 호르몬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온갖 추측이 오갔다. 일 끝나고 한의원에도 다녀왔지만 여전히 두통이 사라지지 않는다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녀에게 닥친 문제는 곧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그녀를 괴롭히는 한, 그녀는 행복하기 어렵고 결국 나 또한 불행로 이어진다. 그러니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 이것은 내 문제이다.


물론 내가 그녀의 두통 원인을 더 깊이 고민하는 것이 직접적으로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종교가 없고 별다른 신앙이 없던 나지만, 오늘은 왠지 '기도'하고 싶었다. 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으니 말이다.


얼마 전 방구석 유튜브에서 본 '양자역학' 영상이 떠올랐다. "관측만으로도 실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 관측이 중첩된 결과를 하나로 정해주며, 모든 물질은 원자 이전에 '정보'로 이뤄져 있다는 주장. 이 말을 떠올리다 보니, 그녀를 위한 내 '기도'가 그녀의 아픔으로 생겨날 여러 결과에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엉뚱한 믿음이 생겼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어도, 최소한 나의 기도는 분명 일종의 ‘정보’일 테고, 그녀의 상태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의 기도로 그녀의 두통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진다면 좋겠지만, 이건 어찌 보면 욕심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추운 날씨에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 것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그 온기가 만약 그녀에게 전해진다면, 그녀의 마음 역시 따뜻해질 테고, 신체와 정신은 이어져 있으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다음 날 아침, 그녀에게서 두통이 한결 나아졌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내 기도가 그녀의 두통을 낫게 했다"고 단정 짓지는 않는다. 인과관계는 증명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그것도 큰 비용없이 말이다. 앞으로 이런 따뜻한 기도를 애용할지도 모르겠다.


마무리하며, 다시금 "오늘도 잘 해봐야지"라는 다짐을 떠올린다. 현재 나는 퇴사 후 구직 중이다. 이럴 때 '기도'와 이런 '글쓰기'는 어찌보면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의외로 구직 활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가 샘솟는 걸 보니 실패한 글쓰기는 아니다. 그리고 구직 또한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나라는 톱니바퀴가 들어갈 자리를 찾는 것이 아닐까. 지금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된 이야기를 공유하며, 추운 날 독자분들도 따뜻함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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