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보카자
꽤 오랜 시간동안 글을 쓰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인력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문득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만 30세인 저는 요새,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행복해지는 것에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외부에서 주입된 어떠한 기준에서 자신의 관점을 찾지 못한다면, 삶이 위태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지식과 어휘로는 이를 전달하기 어렵네요. 서론도 어렵습니다. 그냥 시작해야할 것 같아요.
1초. 눈을 감자. 눈을 뜨고 죽은 내 자신을 생각하니 좀 그렇다.
10초. 마찬가지로 눈을 감을 것이다. 10초면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무슨 생각이든 피식할 것 같다.
100초 1분 40초. 10초까지는 엄두도 못냈던 일들이 떠오른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인연이 닿아 정말 다행이었다고. 영광이었고, 이제야 늦게라도 감사 인사를 보낸다는 문자 메시지를 일괄 발송한다. 꼭 표현하고 싶다. 어찌보면 미련이겠지만, 이렇게도 남고 싶은 것일까. 전화는 못 걸겠다. 안 받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기 때문이다.
1000초 약 16분. 100초가 남았을 때처럼 가족과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일괄 발송하고, 이번에는 듣고 싶은 목소리를 향해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다면 그 다음 사람으로. 이왕이면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한 대화를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감정이 너무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데. 아, 훈련소에서 2주만에 첫 전화할 때가 떠오른다. 어머니가 전화 받자마자 울컥했는데..
10000초 약 2시간 46분. 약 일단 카페에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 시킨다. 시간은 충분히 넉넉하므로, 여유롭게 살아있음을 음미한다. 커피의 향과 주변을 느끼며 잠시 머릿 속을 비워보고 싶다. 이후 지인들과 문자하고 전화하며 30분 정도는 보내도 되지 않을까? 공책과 볼펜에 떠오르는 모든 내용을 적어보고 싶다. 한 사람으로 살아오며 어떤 것이 좋고 싫었는지와 무엇을 바랬는지를 적으며 곱씹어보고 싶다. 집착과 미련을 덜고자 할 것 같다. 죽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덜 괴롭고 싶기 때문이다.
100000초 약 1일 3시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지인들에게 문자, 전화하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것이다. 평일이라면 직장인인 나는 출근하겠지. 여전히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로를 의식할 수 있는 지하철. 더 이상 사람이 타기 힘들어 앞문을 열지 않는 버스 기사님. 와중에는 이 상황이 왜인지 그리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할 것 같다. 여느 때처럼 조촐하게 나마 아침을 떼우고, 커피와 함께 시작하며 오늘은 좀 더 힘을 내야한다. 바쁘다며 미뤘던 인수인계 문서를 최대한 보강해야하기 때문이다. 후임자를 위하여 내 소중한 보금자리를 안내해주고 싶다. 회사와 내가 어떻게 의지하고 있는지 알려주고만 싶다. 점심 시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여의도를 쭉 돌며 전단지 건네시는 분들의 전단지를 모두 받고 싶다. 물론, 날씨가 적당히 쌀쌀해졌으니 따뜻한 음료를 드릴 것이다. 바쁘다며, 손이 없다며, 버릴 곳이 없다며 외면해오다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긁혀왔기 때문이다. 다이소를 들려 청소용품을 사고, 내 자리를 깨끗하게 닦아놓고 싶다. 일은 15시 정도까지면 충분하다. 회사분들이 있어 내가 내 몫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을테니 충분히 감사 인사를 드려야한다. 이후 퇴근했다면 저녁은 고정이다. 어떻게든 어머니의 밥상을 해치워버릴 것이다. 밥은 당연히 2그릇 먹을 것이고, 양조절 실패한 음식에 대항하며 권하는 후식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밥상을 클리어하고,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애인에게 갈 것이다. 와이프가 없다면 여자친구다. 만약 없다면 어머니와 쭉 보내면 된다. 하하... 효자다.
1000000초(백만초) 약 11일 12시간. 1주일 정도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치있게 보내려 노력할 것이다. 남편으로서도, 아빠로서도, 아들로서도, 직장인으로서도. 이때부턴 운동을 곁들일 것이다. 가만히 앉거나 누워있는다고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진 않는다. 죽기 전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커피가 꼭 필요하지도 않다. 유튜브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이 때만큼은 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영향을 끼쳐온 것들에 대해 내가 없어져도 잘 돌아가지 않을 것에 대해 고민하고 대처방안을 고민할 것이다. 2일이 남았을 때부터는 조용한 공간과 노트북으로 나를 남길 것이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한 나에 대해 자세히 적어보고 싶다. 글로 적는 만큼이라도 미련이 사라졌으면 좋을 것이다.
10000000초(천만초) 약 3달 25일.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탐구할 것이다. 물론 일상을 쳐내면서 말이다. 시간이 남는 대로 책을 읽을 것이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탐구하고 알아갈 것이다. 보다 가치있는 일을 찾아가며 더욱 시간을 남기고 싶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 여행과 좋은 호텔, 차량을 몰아볼까? 싶어 한 두번 하겠지만 사실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을 것 같다. 이런 것들은 대게 남들이 내게 좋은 것이라고 주입하거나 속인 것처럼 느껴질 것 같기 때문이다. 가족과 예쁜 추억을 쌓기 위해 기획할 것이다. 3개월까지는 가진 자원의 한계는 시간이라는 생각만 할 것 같다. 운동과 책, 그리고 글을 쓸 것이다. 분명히 어설프지만 나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00000000초(억초) 약 3년 2개월. 만약 결혼하지 않은 상태라면 결혼은 웬만하면 안한다. 마누라를 젊은 나이에 과부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운동과 책은 항상 곁에 두며, 글쓰기에 시간을 꼭 할애할 것이다. 하나씩 찾아낸 삶의 의미를 곁에 두기 위한 행동을 할 것이다. 가진 재화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으므로, 마찬가지로 직장을 놓을 순 없을 것 같다. 일론 머스크처럼 지구 스케일을 벗어나는 창조는 감히 떠올리기 어렵다. 그렇지만, 지구의 평균 온도를 1도 낮추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보고 싶다. 쓰레기가 연료로 사용되어 찾아다니거나 돈을 지불하여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보고 싶다. 디지털과 AI를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계층까지 손쉽게 이용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일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3년이라는 시간은 꿈을 꾸기에 충분한 시간인 것 같다.
1000000000초(10억초) 약 32년. 결혼하고 싶고 자녀도 갖고 싶다. 와이프와 나를 똑 닮아버린 생명체가 삶을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앞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대단한 일은 결코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사전적 정의의 죽음을 피할 수 없겠지만, 내 유전자가 남는다면 죽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싶다. 여기서부터는 어떤 모습일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내 상황과 거의 동일하거나 심지어 지금의 나보다 더 오래 사는 경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현실과 다를게 없다. 그렇지만 느껴지는 것은 분명히 있다. 내가 가치있는 일을 더 찾아 많이하고, 나라는 존재를 남기거나 인류에 도움이 되는 것에 내가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글을 쓰다보니 문득 느꼈는데, 인연이 소중한 것처럼 스치는 바람부터 모든 환경과 자연, 상호작용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