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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Apr 18. 2024

마흔 넘어 알게된 고양이의 매운맛

집사를 움직이게 하는 마법같은 힘

함께 산지 6개월 만에 고양이 양말이가 드디어 마음을 열었다. 작년 11월, 양말이에게 방 하나를 내주며 곁도 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만 보면 피하고 못볼꼴을 본 것처럼 기겁을 하고 도망 다니기 일쑤였다. 


별 관심 없는 척했지만 내심 서운했다. 솔직히 좀 괘씸했다. 캣타워, 캣휠, 좋아하는 츄르에 습식사료까지, 뭣보다, '방 하나를 온전히 내줬는데 이렇게 날 무시한다고? 이모가 왔는데 나와보지도 않아? 너 어디 두고 보자!' 마흔 넘은 어른이 한다는 소리가 고작 이 정도였다(양말아, 부족한 집사라 미안해)

늘 관심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어차피 키우는 거 서로 반기고 비비면 얼마나 좋아. 아무리 시간이 걸린다 해도 그렇지 넌 뭐 그렇게 느리니?'


고양이를 키우는 직장 동료들은 퇴근하면 애들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아프니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사고 쳐놓으면 수습하는 게 아이하나를 키우는 만큼 정신이 없다는데, 나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서로 대면대면하던 지난 주말, 거실에 주저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었는데 왼쪽 허벅지에 뭐가 쿵 하고 와서 부딪혔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숨이 멎을 만큼 감격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양말이나 내 왼쪽 허벅지에 머리를 들이밀고 부비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알 수 없는 뜨거운 무언가가 목구멍에 올라왔다. 허벅지를 파고드는 양말이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고마웠다. '그동안 낯선 곳에서 얼마나 외로웠니?'


6개월 만에 자기 곁을 내줬지만 아직도 경계하며 도망가기 일쑤다. 그래도 한번 마음을 열더니 매일 한 번씩은 다가와 다리를 파고든다. 신기한  여태 한 번도 양말이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다. 비록 곁을 줬다 도망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밀당을 하지만.


애완견을 키우는 집사나 견주들이 왜 유기농 사료를 사고 영양제를 먹이며 살뜰히 보살피는지, 그 마음의 크기가 가늠된다. 거리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강신주씨가 '일은 삶과 사랑의 증명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한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면 '넌 거기 있어라. 이건 엄마가, 아빠가 할게'하고 말이다.

'양말아, 넌 내 옆에 그냥 있어.
이모가 더 열심히 일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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