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여자

뻔한 게 당연한 남자

by 희원다움

감성적이기보단 이성이 훨씬 발달된 여자는 꽉 찬 마흔입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자기 계발에 매달리며 쫓기듯 하루를 살아냅니다.


혼기를 놓치고 부모님의 걱정거리가 돼버린 여자는 하는 말마다 가족들의 근심을 만드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결혼? 꼭 해야 돼?
난 결혼해도 절대 애는 안 낳을 거야.


그래, 너만 잘났다.
너 같은 애를 누가 데려가니?
어느 시어머니가 애도 안 난다는 며느리를 보겠어.




이 여자는 결혼하면 둘을 닮은 아이들과 행복한 가정을 이룰 거라는 평범하고 뻔한 생각을 하는 남자를 만났습니다. 게다가 뻔한 이 남자는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도 잘 흘리는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네요.



첫 만남에 설레 잠 한숨 못 잤지만 이내 이성의 지배를 받은 여자에게 달달하기만 했던 연애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년, 2년이 지나 남자 입에서 결혼 얘기가 나오자 더 냉정하게 언급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얘기했듯
난 아이는 절대 안 낳을 거야.
당신이 날 선택하든 아이를 선택하든 알아서 해.


'설마 날 포기하겠어?'라는 근자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익숙한 그와의 시간에 '설마'가 '현실'이 될까 두렵기도 했습니다.



저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요....


2년이 넘게 당연한 듯 옆에 있었던 뻔한 남자가 예상을 빗나간 고백을 하지만,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여자는 덤덤한 척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어쩔 수 없지...


이별을 고한 뻔한 남자의 오열을 뒤로한 채 걷고 있는 여자의 심장은 튀어나올 듯 쿵쾅거리지만 이내 침착해졌습니다.


'한 번은 겪어낼 일이었어. 안될 거면 빨리 정리하는 게 낫지' 이별의 아픔도 이성으로 견뎌야 하는 여자는 다짐합니다. '딱 하루만 슬퍼하자...'



늘 집 앞에 있을 것 같았던 남자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며칠을 멍하게 집 앞을 지나던 여자는 하기 싫었던 혼잣말을 합니다.


우리 진짜 헤어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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