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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May 22. 2024

나이먹고 생긴 꿈을 잘 키우는 방법

꼬물꼬물 느긋하게 살고싶다

문득, '만약 내가 동물이라면 지금의 삶을 어떤 동물에 비유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 병아리, 토끼, 강아지... 이런 귀염뽀짝한 동물에 빙의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난 영락없는 '거북이'다. 본성 느린데 그걸 거스르고 빨라진 슈퍼거북이.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속 '토끼와 거북이'는 '느리지만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토끼는 똑똑하지만 게으른 사람, 거북이는 똑똑하지 못하지만 성실한 사람으로 비유되며 말이다.

이 이야기의 후속 편 '슈퍼거북'은 이런 스토리가 전개된다.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겨 스타덤에 오른 거북이(꾸물이)는 진짜로 빨라지기 위해 훈련에 돌입한다. 느릿한 자신의 실제 모습에 동네의 다른 동물들이 실망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어느 날 토끼는 꾸물이에게 경기를 다시 하자고 제안한다. 경기에 ㄱ자도 듣기 싫었지만 꾸물이는 마지못해 응한다. 결과는 토끼의 승리였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저 멀리 토끼를 따돌린 꾸물이. 그간 고된 훈련으로 피곤한 탓에 잠시 눈을 붙인 사이 토끼가 결승선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토끼를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간 꾸물이는 오래간만에 단잠잤다.

대중의 관심을 받던 꾸물이는 그들이 실망할까 봐 자신을 잃은 채 삶을 살아갔다. 빨라지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읽고 매일 훈련했으며 마침내 토끼보다 빠른 슈퍼거북이 되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에서 진 꼬물이의 일상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거북이다운 행복한 모습이었다.


남들이 실망할까 봐 자기다움을 잃은 채, 기차보다 빨라진 슈퍼거북 꾸물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남들이 하는 만큼은 누리고 살아야지!', 부러워 보이는 누군가의 뒤를 쫓아가느라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자신의 별을 찾을 생각도 못한다.

나, 슈퍼 꼬물이

나처럼 겨우 별을 찾아내도 이 별을 '반짝반짝 빛낼 수 있을까?'자신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제라도 괜찮겠지? 천천히 가도 괜찮겠지?' 조급한 마음이 들 때마다 어느 지인과의 대회를 떠올린다.


'난 여행을 가기 전 그 나라에 대해 6개월 정도 공부를 하면서 준비를 해요. 여행을 가서 직접 보는 것도 물론 좋은데, 준비하는 기간 동안 이미 여행을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라 6개월 내내 설레요'


'그래, 나도 이미 별을 발견했잖아. 하나씩 배우고 알아내고 수집해 가는 이 과정부터 즐기는 거야. 급할거 없잖아. 느긋하게 마음속 별을 꼬물거리며 따라가 보자!'

자기다운 일상에 행복한 꾸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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