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도움을 부탁하는게 어려운 사람의 특징

by 희원다움

"왜 코칭을 하세요?"

A코치: 삶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B코치: 본인이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게 돕고 싶어요.

C코치: 누군가를 돕고 싶어요.

D코치: 리더로서 잘 성장하도록 돕고 싶어요.


코칭을 배우며 만난 수많은 코치들이 코치가 되려 했던 이유는 '누군가를 돕고 싶어서'였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이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을 돕고 싶어 진로코치가 되고자 마음먹었다. 다양한 이유에 의해 우리는 타인을 돕고 싶어 한다. 도움을 주면서 암묵적으로 상대에게 어떤 보상을 바랄 수도 있고, 자신이 보람을 느낄 수도 있고 이타심에 순수하게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요지경이라지만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못 한다. 특히 회사 동료들에게 도와달라는 말은 못 하지만,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지도 못한다. 급성기 환자가 없는 부대병원에서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어찌나 어색했던지, 입사하고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희원샘! 뛰지 마."였다.


약점을 내보이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도와달라는 말을 못 한다. 오히려 그들은 "도와줄까?"라는 말에 발끈하며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라면서 타인의 도움을 일체 거절하고 혼자 해결하려고 애쓴다.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작년 수간호사와의 면담 중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희원, 난 네가 번아웃 될까 봐 걱정돼. 간호사 한 명 더 보내줄까?" 하는 수간호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괜찮아. 나 일하는 거 좋아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다. '나는 모든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이희원 선생한테 맡겼으면 믿어도 돼."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최고의 간호사'라고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일을 많이 한다고 인정받을 거라는 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남들은 내가 일을 많이 하는지, 고군분투하고 애를 쓰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내 업무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모든 요청을 "yes"로 일관하자 타인의 업무가 넘어오기도 다. 나의 실력이 입증되는 게 아니라 맡기면 뭐든 하는 호구가 된 거다. 나를 증명하려다 오히려 상대에게 내 일의 주도권을 내준 셈이 돼버렸다.

의존에 대한 두려움이 심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존감이 낮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의존하게 되면 상대방이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고 결국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을 못 견딘다.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도와줘" 이 한마디가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셀프코칭을 통해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나 자신을 마주했다. 초등학생일 때 이미 '나는 머리가 나쁘고 재능이 없다'라는 현실을 자각했다. 치명적인 약점을 숨기기 위해 "도와주세요" 대신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하며 살아온 것이다. '변하고 싶었다. 변해야 했다.' 감당 안 되는 일을 떠안고 끙끙 앓는 미련한 짓은 그만하겠다고 다짐했다.


"희원, 도움이 필요해?"

"어. 나 지금 환자 보고 있는데 리스케줄 하는 건 무리야. 괜찮으면 나 좀 도와줄래?"

"오케이"


지난주 30명이 넘는 환자들을 리스케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환자를 돌보느라 전화를 걸기가 곤란했고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동료는 나의 상황을 파악하고 기꺼이 도와줬다. 도움을 요청했다고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실수 없이 환자를 잘 돌본 것 외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바쁜 나를 도왔고 나도 언젠가 도움이 필요한 동료를 도울 것이다. 그게 전부다. 도움을 주고받는데 상대의 실력이나 재능에 대한 판단은 필요하지 않았다.

모든 문제를 혼자 풀려고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나처럼 "도와 달라"는 말을 건네기 어렵다면 당신이 누군가를 도왔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아마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라는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도와주세요!'해도 된다. 서로 도우며 기대어 함께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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