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공휴일, 미군 부대는 평일이자 nurse week 출근
오늘은 어린이날, 그리고 부처님 오신 날. 두 개의 휴일이 겹치는 특별한 날이다. 나는 오늘도, 대체 공휴일인 내일도 출근을 한다. 출근길. 도로는 뻥 뚫려 있고 교통 신호마저 거침없다. 미국 휴일이 아닌 이상 부대는 평소처럼 돌아간다. 물론 한국인 직원은 쉴 수 있지만, 나는 자주 이런 공휴일에도 자발적으로 근무를 선택한다.
쉬는 날 굳이 근무를 자원한 건 단순히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차가 막히지 않는 출근길, 여유롭게 환자를 볼 수 있는 진료실, 조금은 느슨해진 병원의 공기. 무엇보다도, 너무 오래 쉬었을 때 느끼는 ‘공허함’과 ‘허무함’을 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번처럼 쉬는 날이 길면 마음이 들뜨고, 현실에서 살짝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 출근 전날이 되면 마음은 급격히 가라앉는다. 그 간극이 너무 커서 나는, 평소대로 주말을 쉬고 월요일부터는 출근을 선택했다.
작년 한 해, 나는 우리 부서에서 (한국) 공휴일 근무를 가장 많이 한 직원이었다. 얼마 전에는 병원장에게 ‘코인’을 받았다. 왜 코인이라고 불리는지 내막은 모른다. 그리고 코인이라고 해서 금전적인 보상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수고했다는 격려의 의미가 있는 배지 같은 것이다. 물론 휴일근무 수당도 있지만, 그런 것보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을 내 페이스대로 이끈 만족감이다.
그 맛에 오늘도 출근을 했다. 한국은 휴일이었고, 미군부대 환자들도 연휴를 즐기는지 병원은 한산했다. 근무자도, 환자도, 분위기도 느긋한 이런 휴일엔 일하는 게 마음이 훨씬 편하다. 다들 쉬는 날, 나는 조용히 내 리듬대로 하루를 살았다. 별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런 하루가 오래 남는다.
오늘은 그게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