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문가는 어떤 사람일까?
당신이 머물다 간 자리는 어떠한가?
나는 우리 병원 예방접종실을 책임지고 있는 단 한 명의 간호사다. 혼자 근무하며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있다. 혼자라서 편한 점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일하며 배우고 나눌 기회가 적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휴가를 가더라도 접종실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한 분 한 분 직접 트레이닝을 시키고 있다.
이번 주엔 18년 차 베테랑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다. 예전에 몇 차례 함께 일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이 분은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왜냐하면, 책임감을 가지고 ‘뒷마무리’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들은 마지막 환자가 끝나면 업무를 마무리한다. 거기까지만 해도 괜찮다.
하지만 이 분은 퇴근 전, 백신이 들어 있는 냉장고의 온도를 체크하고, 다음 날 사용할 물품을 미리 채워두며, 주변까지 정돈한 뒤 자리를 떠난다. 내가 “이런 것까지 안 해도 돼요, 제가 할게요. 오늘 수고하셨어요”라고 말해도, “오늘 제가 여기서 일했잖아요. 여기까지가 제 일이에요.”라며 묵묵히 마무리를 한다. 그의 말과 행동에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분명한 ‘주인의식’이 담겨 있었다. 주인의식이 있는 그가 머물고 간 자리는 다시 확인할 필요가 없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내 일에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원하는 업을 찾는 데는 적극적이었지만, 막상 그 일을 해낼 때는 얼마나 주도적으로 움직였던가?’ 나는 지금껏 원하는 일을 향해 달려오는 데에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간호사가 되기까지 수많은 도전을 했고 결국 원하는 것은 다 이뤘다. 그런데 정작 ‘그 일을 하게 된 후’에는 어땠을까?
주어진 일은 묵묵히 해냈지만, 문제가 생기면 “윗선의 지시를 기다리자”며 더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나는 늘 ‘시작하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그런데 그 동료를 보며 알게 됐다. 진짜 어려운 건, 시작보다 ‘지속하는 태도’에 있다는 것을. 적극성, 주도성은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갈 때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 그 안에서야말로, 진짜 전문성과 성장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를 통해 나의 태도를 돌아보았다. 전문성은 자격증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내가 맡은 일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고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서 시작된다. 책임감 있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때 비로소 ‘진짜 전문가’가 되어가는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가? 그리고 지금, 나의 전문성은 자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