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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부대 병원이야기] "선생님 유튜브 보고 왔어요!"

모두를 도울 순 없지만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닿는다면

by 희원다움

요즘 관계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진짜 사람 자체가 싫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마음이 아프고 지친 상태였다. 관계를 많이 맺는 편은 아니지만, 이상한 사람도 많고 좋은 사람도 많은 세상이다. 그러다 보면 한 사람 때문에 마음이 상하고, 또 다른 한 사람 때문에 다시 살아가게 된다. 그게 사람이 주는 고통이자, 사람이 주는 위로라는 걸 요즘 자주 느낀다.


3년 전, 병원에 후배 한 명이 들어왔다. 수줍게 다가와 “유튜브에서 선생님 이야기 듣고 지원했어요”라고 말하던 모습이 선하다. 사실 이렇게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해준 후배들이 몇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괜히 마음이 더 쓰였다. ‘혹시 나 때문에 괜한 기대를 안고 왔다가 실망하는 건 아닐까.’ ‘적응 못하고 나가면 어쩌지.’

이 친구도 처음엔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어 보였다.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지만, 조금 덜렁대는 면도 있었다. 이 동네는 워낙 말이 많은 곳이라, 작은 실수 하나에도 금방 소문이 돌곤 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과 깊이 섞이지 않는 편이다. 말이 칼이 되는 걸 너무 많이 봤기에, 웬만하면 거리 두기를 한다.


다행히 그 친구는 고군분투하면서도 점점 단단해지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 날부턴가 안심이 되었다. 몇 달 전에는 코칭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이 친구를 직접 코칭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와 참 비슷한 면이 많았다. 그러면서 더 정이 갔다. 그런데 며칠 전, 이 친구가 미국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벌써 함께한 지 3년이나 됐다고 했다.

나는 누군가를 알뜰살뜰 챙기는 사람이 못 된다. 혼자 바쁘고, 조금은 거리를 두는 성향이라 늘 마음 한구석이 미안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친구가 나에게 손 편지를 줬다. 선생님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선생님은 제 은인이에요.” 그 짧은 문장이, 요즘 사람 때문에 상처받은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아, 내가 그래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구나.’ 그 한마디에 다시 힘이 났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순 없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일 수도 없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 덕분에 내가 견딜 수 있었다”라고 말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그 믿음 하나로,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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