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배우 오정세 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동백꽃 필 무렵'으로 KBS 연기대상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세상은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거나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곧, 반드시 여러분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동백꽃이 활짝 피기를 응원합니다.”
어려운 시절을 묵묵히 견디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지켜낸 끝에 자신만의 동백을 만난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늘 행복한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 일을 한다고 해서 꼭 불행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원하는 삶’이라는 말이 내 마음에 남는 건 그 안에‘내가 선택한, 나다운 삶’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연 '나답게 산다'는 건 어떤 삶일까? 우리는 평생을 자신으로 살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를 때가 많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본성이란 미리 정해진 일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나무와 같다.”
그의 말대로, 매순간 성장하며 변화하는 자신을 알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생물학적으로도 우리 몸을 이루는 약 37조 개의 세포는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고 교체된다.
또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 역시 달라진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듯, 우리 인간 역시 매 순간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끊임없이 변한다. 즉, ‘고정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나답게 산다는 건,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춘 삶이 아니라, 내가 세운 기준으로 나의 결을 따라 사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 대화가 잘 통하고 마음이 편안하듯, 나의 결에 맞는 삶을 살 때 우리는 비로소 안정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20대의 나는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연봉도 높았지만, 막상 그 일은 나와 맞지 않았다. 이 일이 평생의 길이라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극심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했다. 나의 결을 거스르는 삶은 결국 나를 해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 이후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나의 결에 맞는 삶을 빚어가는 중이다. 나다운 삶은 어느 날 ‘짠’ 하고 찾아오는 게 아니라, 매 순간의 선택과 변화 속에서 조금씩 다듬어져 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