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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by 희원다움

주말 아침, 운동을 하며 TV를 켜면 늘 건강 프로그램이 나온다. 의사들이 패널로 나와 처음엔 의학 정보인 줄 알았지만, 끝은 언제나 살 빼는 법이나 어려 보이는 비법, 그리고 협찬 영양제가 소개되었다. 나 역시 그걸 보고 영양제를 주문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만큼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있었던 거다.


그래서인지 ‘동안이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고, 기대보다 덜 젊게 봤을 땐 실망하기도 했다. 마흔이 넘은 후에는, 사람들이 내 나이를 듣고 놀라는 모습에 묘한 쾌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미숙 선생님의 '나이 듦 수업'이라는 강의를 들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은 청춘을 강요한다. "TV에 나오는 70대 여배우가 40대처럼 보이는 게 정말 부러운가? 그렇다고 나이가 거꾸로 가는 건 아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여배우들은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감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젊음을 유지하려는 욕망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문제는 그 욕망이 자본과 결합되면서, '늙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입한다는 점이다. 늙지 않는 모델을 내세워 나이 듦을 숨기고, 청춘을 흉내 내도록 만든다. 이것은 결국 생애주기를 역행하게 되는 것이다.

계절로 치면 청춘은 여름이다. 여름 다음에 가을이 오듯,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가을을 맞아야 한다. 그러나 가을을 거부하고 끝없이 여름을 붙잡으려 하면 몸의 에너지는 그만큼 소모된다.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젊음을 유지하려는 불안 속에 스스로를 소모시키는 삶이 돼버리고 만다.


동안이라는 말에 어깨가 으쓱했고, TV에 소개된 방법을 무심코 따라 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돌아보니 나는 자본과 미디어가 주입해 온 메시지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이제는,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청춘을 흉내 내며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성숙한 태도를 갖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조바심을 내려놓고 마음에 너그러움과 여유를 간직한다면 더 좋겠다. 나아가, 청춘의 시기를 방황하는 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가을, 새로운 계절의 길 위에서 나는 끊임없이 자문할 것이다.


“나는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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