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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가 답은 아니었다. 일을 즐겁게 만드는 태도

by 희원다움

대부분의 직장인의 소망은 ‘언젠가 퇴사’ 일 것이다. 사람 몰리는 주말 대신 평일에 여행을 가고, 창밖에 비가 오면 곧장 카페로 향할 수 있는 자유. 하루를 내가 원하는 대로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역시 그런 자유를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오른다.


그런데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창작자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책상으로 출근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도 늘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분량을 써냈다고 했다. 자유를 꿈꾸는 삶조차 결국은 반복과 훈련 위에 세워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나는 23세에 첫 직장에 입사해 22년 차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간호대학에 편입했던 3년을 빼더라도 19년이라는 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하는 중이다. 간호사가 네 번째 직업이고, 미군부대 병원에서만 9년째다. 어느 회사던 짧게는 3개월, 길어야 3년을 다닌 게 전부였던 내가 한 곳에서 이렇게 오래 머문 건 처음이다.

그동안은 일이 지루해질 때마다 업을 바꿨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쩌다 9년이나 이어오고 있을까? 안주한 걸까, 아니면 일을 즐기고 있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즐거움보다는 ‘도전거리’를 끊임없이 찾았다.


내가 속한 조직은 정년이 보장되고, 퇴직 후 연장도 가능한 곳이라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무난히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안정감 속에 머무르면 어느 순간 성장은 멈추게 된다. 나는 성장을 멈추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금 하는 일에 깊이 몰입한 것도 아니었다.


하나의 도전을 성취하면 곧 다른 도전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마음을 담는다, 발을 푹 담근다'는 말이 유독 오래 남았다. 두리번거림을 멈추고 맡은 일에 온전히 몰입한다면, 어떤 변화를 경험하게 될까?

결국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맡은 일을 대충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깊이 몰입해 그 안에서 의미를 만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안주하지 않으려는 도전도 내가 일을 대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선택한 일에 마음을 담아 깊이 몰입해보려 한다.


보람과 즐거움은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태도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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