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자도 피곤한 그녀에게 정말 필요했던 건...

by 희원다움

동료 중에 입버릇처럼 "지겹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어느 날 같이 일을 하는데 또 "지겨워 죽겠다"라고 하길래 그녀에게 물었다.


"샘은 퇴근하면 뭐 해요? 취미 같은 거 없어요?"

"취미가 다 뭐예요. 집에 가면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해서 자요."


엄청난 육체노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본인도 왜 그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피곤함을 느낄 때 우리는 에너지가 고갈된 탓이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 뇌는 자신이 원치 않는 상황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 정말 내가 원한 것이 아니라면 열심히 살수록 더 큰 무기력에 빠지는 이유다.


23년 전,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딩을 할 줄 몰랐기에 퇴근 후 매일 컴퓨터 학원에 다녔다. 생존이 달렸기에 필사적으로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흥미가 1도 없는 공부를 억지로 하느라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고, 결국 '망막박리'라는 질병을 얻어 실명 위기에 처했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이를 ‘학습된 무기력’이라 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뇌는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전두엽의 에너지를 차단한다. 동료의 '잠'이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전원을 꺼버린 상태라면, 나의 경우 주도권 없는 일상이 정신을 넘어 신체를 위협한 것이다.

무기력할 때 무작정 쉬는 건 충전이 아니라 컴퓨터 전원을 뽑아버리는 ‘강제 종료’와 같다. 전두엽 전원이 꺼진 상태의 휴식은 회복을 돕지 못한다. 우리 뇌는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일 때 에너지를 만드는 도파민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나는 실명 위기를 겪고 나서야 내 인생의 크고 작은 선택을 직접 하고 책임지기 시작했다. 무기력하게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누구의 조언이나 강요 없이 도전하고 싶었던 승무원 준비를 시작했다. 영어 한 마디 못했지만, 내가 원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에너지가 차올랐다.


감사하게도 9개월 만에 합격했다. 하지만 합격보다 값진 것은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해냈다’라는 데이터였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며 나 자신을 신뢰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기반으로 나는 크고 작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공 경험을 계속 쌓아가고 있다. 선택의 주도권을 갖게 된 후, 나에게 무기력함은 다시 오지 않았다.

선택의 주도권을 갖는 연습을 위해 나는 다음의 3단계를 반복했다.


1. 스스로 선택하기: 처음엔 내가 100% 통제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목표부터 정한다. (예: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기, 퇴근 후 좋아하는 차 한 잔 마시기)


2. 완료하기: 내가 결정한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실행한다. '내가 내린 결정을 내가 지킨다'는 성공 데이터를 뇌에 입력하는 과정이다.


3. 성공경험 입력하기: 해야 할 일 목록에 기록하고, 끝내고 나면 눈에 띄게 표시한다. 뇌가 '이 일을 스스로 해냈음'을 명확히 인지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유 없이 무기력한 건, 자기 결정권 없이 너무 열심히 살아온 결과다. 퇴근 후 기절하듯 잠드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면, 더 쉬려고 애쓰기보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자. 당신이 스스로 내린 결정은 몇 개였나? 아주 작은 결정부터 스스로 내리는 것, 그것이 무기력한 뇌를 깨우고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는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