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내공
패닉 콘서트에 다녀왔다. 데뷔한 지 벌써 30년이 넘은 데다, 무려 20년 만에 열린 콘서트였다. 사실 나는 패닉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이적의 오랜 팬인 남자친구 덕분에 그들의 노래를 곁에서 꾸준히 들어왔다.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되었다더니, 무대는 기대 그 이상이었다. 남자친구는 오랜 팬으로서 무대를 보며 울컥한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음악보다, 그 무대 위에 선 두 사람이 지켜낸 시간에 시선이 갔다.
한 우물을 깊게 파며 음악을 이어온 이적과, 래퍼에서 MC, 카레이서, 사업가까지 끊임없이 다른 길을 선택해 온 김진표. 걸어온 방법은 달랐지만 무대 위에서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온 시간이 묘하게 맞물려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20년 만에 가수로 무대에 섰다는 김진표가 이렇게 고백했다.
제가 랩을 시작했을 땐 30대 래퍼도 없었어요. 그때는 50대가 돼서도 랩을 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공연을 안 한 지 꽤 시간이 되다 보니까 용기가 안 났어요. 그 꿈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거든요. 이번 공연은 30년 전 저의 꿈을 실현시켜 준 무대이기도 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가 다시 무대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 괜히 반가웠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지만, 그가 50대에도 60대에도 여전히 래퍼로 건재해주길 진심으로 바랐다.
공연 막바지, 김진표는 팬들에게 어떤 인사를 건넬지 고민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건강’이었다고 했다.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건 서로가 건강하게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에, 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만날 그날까지 그 자리에 잘 있어 달라는 당부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를 잘 지키다’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 봤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가수에서 때로는 멀어졌고, 방향을 잃거나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순간도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대 위에 설 수 있었던 건, 꿈을 가졌던 자신을 잃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콘서트를 찾았던 팬들은, 어느덧 중년이 되었지만 20년 만에 다시 패닉으로 돌아온 그들에게 열광했다. 누군가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켜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와 안도감을 주는지 새삼 깨달았다.
나 또한 오랜 세월이 흘러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단순히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타성에 젖어 변화를 두려워하며 고여 있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