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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대~충 살아도 되잖아?

2023년은 가볍게, 터프하게

by 희원다움

나는 모든 일을 할 때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편이다. 어릴 적 학교 숙제로 깜지를 쓸 때 손가락에 너무 힘을 줘 공책 뒷장을 만지면 점자책처럼 다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잔뜩 힘을 쏟아버리고 손아귀가 아파 숟가락도 못 들 정도로, 온 에너지를 다섯 손가락에 실어 숙제를 했다. 이제 드는 생각이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하지만 이 힘은 의식적으로 조절되는 게 아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나는, 사소하게는 글씨를 쓸 때부터 요한 시험을 준비할 때 모든 일에 온 힘과 에너지를 쏟아내게 세팅된 체 살아왔다.


간호사 국가고시를 볼 때는 전국 1등을 하려고 남들보다 3달 먼저 국시 준비를 시작했다가 3배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병원신세를 져야만 했다. 결과는 1달 공부한 친구 합격, 4달 죽어라 공부한 나는 전국 1등을 못한 채 그 친구와 같은 국시 합격생이 되었다.


인생이 뭐 내 맘대로 되는 게 있더냐?


모델 한혜진이 그러더라, 인생에서 내 의지대로 되는 건 내 몸뚱이밖에 없다고. 그런데 그것도 돈 있고 힘이 있는 나이까지나 가능하지, 호르몬에 장사 없더라. 어느 정도는 세월도 맞고 자연스럽게 살아야 온화하고 평온하게 사는듯하다.



어느 것 하나 쉽고 가볍게 넘어간 일이 없었다. 남들은 대충 해도, 설렁설렁해도 같은 성과를 내는 일을 나는 왜 이렇게 무겁고 힘들게 해내는 걸까? 아니지, 왜 그렇게 해내려고 하고 있을까?


나도 안다. 상담가도, 정신과 전문의도, 오은영 박사님도 고쳐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고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내 문제.


누가 그랬다. 인생을 영화처럼 바라보라고. 나는 그저 영화 속 주인공이니 만일 나에게 화내는 사람이 있으면 '오늘 나에게는 이런 대본이 주어졌구나' 하며 스치는 감정들을 흘려보내라고. 내일은 또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 테니 말이다.


실행하자. 죽을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지 말고 숨 쉴 힘은 남겨놓기로 말이다. 2023년 새해에는


인생 뭐 있어? 좀 가볍게 살자
대충 영화 한 편 찍고 가는거지, 뭐..


나도 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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