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첫눈이 내렸다. 복잡한 내 마음도 눈처럼 하얗게 덮여버렸으면 좋으련만 속이 속이 아닌가 보다. 어젯밤부터 두통이 시작되더니 아침엔 울렁거림에 구토 욕구까지 샘솟았다.
헉, 뇌에 종양이라도 생긴 건가? 헐.. 아님 임신?
별별 생각을 다하며 임테기를 주문했다. 물론 스트레스겠지만...
나는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마음먹은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과음을 하거나 아주 찐~~ 하게 아파버린다. 이놈의 지랄 맞은 성격 하고는...
나는 지금 비정규직이다. 성격을 뻔히 알고도 내가 선택했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2년 계약에 1년이 훌쩍 지난 것, 예정에 있던 정규직 공고가 엎어진 것, 미리 끙끙 앓는다고 뭐가 바뀌냐만 서도 무의식 중에도 걱정 프로세스가 작동하고 있으니 난들 어쩌겠는가? 나도 모르는 사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결국 탈이나 버렸다.
난 왜 좀 더 대범하지 못할까? 왜 해맑지 못할까?
대범과 해맑음이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대범하던지 아니면 차라리 세상 물정 모르고 해맑게 살고 싶다는 나의 소망이다.
우연히 어떤 블로그를 보다 진로를 결정하는데 가치관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당신의 가치관이 뭔가요?'라고 물으면 어렵게 들릴 수 있으니 질문을 바꿔보겠다. '당신이 중요하다, 옳다고 믿는 것이 무엇입니까? 가치관이 반영된 2명의 선택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나는 정규직 7급으로 근무했지만 2년 계약 비정규직 9급 자리에 지원했다.
같은 직장 동료는 현재 정규직 6급으로, 정규직 7급에는 지원하지만 비정규직 8급에는 지원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고 속이 뒤집히고 아플지언정 나는 도전하고 성장, 발전하고 거기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다. 반면 직장동료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계획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같은 일을 해도 선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두침침하게 함박눈이 내리더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쨍 떠올랐다. 우리네 인생도 저런 것을,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다가도 한줄기 빛을 발견해 또 그렇게 살아지는 것을...
나의 가치관대로, 누구보다 나 답게 살고 있다는 반증이려니 해야지 뭐, 이렇게 2022년도살아내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