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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May 01. 2023

간호사 자질은 지식과 의사소통, 공감능력, 책임감일까?

가장중요한 것은...

우연찮게 고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간호사 직업체험 강의를 맡게 되었다. 가끔 유튜브채널에 고등학생들이 간호학과에 대해 질문을 해서 소통을 한 적은 있지만 직접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자료수집부터 시작했다.


PPT에 간호사가 하는 일, 되는 방법, 자질 등 기본적인 소개를 준비하던 중 '간호사의 자질'에 대해 알아보려 기본간호학 책을 펼쳤다.

 간호사의 역할을 알면
그 역할에 맞는 자질을 갖추면 되잖아?

교과서에 정의된 간호사의 일반적 역할은 다음과 같다. 간호 제공자, 의사소통자, 옹호자, 관리자, 변화촉진자, 돌봄 제공자, 교육자, 연구자, 조정자, 상담자, 지도자.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환자를 제대로 케어하려면 정확한 간호지식을 토대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공감능력,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교과서에서 나오는 역할은 수행할 수 있겠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강의하셨던 자료들을 찾아보면 간호지식, 책임감, 공감능력, 판단력, 의사소통 능력을 강조한다.


그래. 아주 교과서적인 답변이긴 한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들어갈 정도면 공부하면 지식은 충분히 쌓을 수 있고, 책임, 공감, 판단, 의사소통은 경험이 쌓여 일이 능숙해지면 생길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다 나와있는 "정답" 말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없을까?

아픈 환자들, 아픈 환자를 돌보며 지친 보호자들, 의료인들은 매일 예민하고 날카로운 사람들을 돌보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아무리 소명의식을 가지고 선택했고,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이라지만 의료인도 사람인데, 내 감정을 누르기만 하고 남에게 맞춰야 한다면 그보다 못할 짓이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갓 대학을 졸업한 신규간호사들이 병원에 들어가 선배부터 환자, 보호자들의 날카로운+까칠까칠한+뾰족한 감정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셀프케어'를 제일 먼저, 가장 공들여해야 한다.


셀프케어, 나를 돌보자는 것이다. 출근했는데, 스트레스로 잠도 못 자 두통도 심해 드러눕고 싶은데 나보다 더 아프다는 환자를 만나면 기가 쪽쪽 빨리겠지. 내가 더 힘든데 옆에서 아프다고 예민해지면, 환자들이 하는 말들이 징징대는 소리로만 들리지 그 말속에서 어떻게 중요한 의학적 단서를 알아챌 수 있을까?


우리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학습법만 배웠지 나를 돌보는 방법은 배우지 않았다. 직접 부딪혀 지혜를 쌓아야 하는데 가둬진 울타리 안에서 시험 점수 잘 받는 법만 연습만 하고 성인이 되었다. 우리는 자신을 모르고 내 마음을 돌보는 방법도 모른다. 나도 그다.


음악시간에 가사도 곱씹어보며 노래를 불러봤어야 음악이 나를 위로해 주는 줄 알지,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며 힐링이 돼 봤어야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림을 그려볼까?'라는 생각이 들겠지. 체육시간에 다양한 운동을 해봤다면 내가 정적인 운동이 맞는지 격렬한 운동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음악, 미술, 체육은 '수'를 맞아 내신 올리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수능과목도 아닌데 왜 배우는 거야? 차라리 그 시간에 자습이나 주지'했던... 그런 학생이었다. 사회에 나와 이리저리 치여보니, 학교에 국영수 말고 왜 다양한 과목이 있었는지 그들의 쓸모를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내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려면, 셀프케어 하려면 '나를 이해하면 되겠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이 뭔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행위들이 뭔지, 힘들 때 도움줄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긴 인생을 의료인으로서 뾰족한 칼날 같은 남의 감정도 돌보며 살아갈 수 있 자산이 생기지 않을까?


지식만 습득하려 하지 말고, 모범생 되려 하지 말고, 모험생이 되어 '가지가지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 미래를 위한 준비만 하지 말고, 내가 있는 현재, 일상에도 충실하자는 것이다. 밥 먹을 땐, 딴 거 말고 맛있게 먹. 음악 느끼고 흥이 나면 몸도 들썩거리 그 느낌을 포착해 수집한다. 공부할 때 시험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과목이 집중이 잘되는 이유나 반대로 안 되는 이유를 나의 관점에서 생각해 포착하고 기록한다.


매일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겪으며 드는 감정을 살피고 기록해 두면 나에 대한 레퍼런스가 쌓인다. 이렇게 쌓인 기록들이 나의 정체성의 근거가 될 것이다. 쉽게 생각하고 시작해 보는 거다. 메모장, 다이어리, 블로그. 혹은 핸드폰 사진첩에 '나' 수집하자. 


지금부터 바로 해보자!


어제로부터 배우고, 오늘을 위해 살고,                                                        내일을 바라보고, 오늘 오후에는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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