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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Apr 17. 2023

비정규직 근로자로 근무했던 15개월을 마치며

이제..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능력자체는 개인의 것이므로 스스로를 자신이 느끼는 기쁨의 내적 원인으로 인식한다. 정신은 자기 자신 및 자신의 활동 능력을 고찰할 때, 기쁨을 느낀다  -스피노자
어떻게 해야
기쁨으로 가득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는 미군부대에 정규직으로 입사해 6년 동안 액팅 널스로 근무 후 비정규직 차지 널스로 1년 3개월 근무했다. 이곳에서 한국 간호사의 포지션은 딱 2가지, 7급과 9급뿐이다.


7급은 우리나라에서 보면 환자를 직접 케어하는 액팅 널스, 9급은 팀리더로 자신의 팀이 환자를 케어해 나가는데 무리 없도록 서포트하는 차지널스에 해당한다. 7급에서 9급으로 이동하는 것은 일종의 승진 개념이고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진다. 채용공고→지원→면접→선발


2021년 말, 간호사 9급 채용이 시작되었다. 보통 9급 채용이 나면 부대에 있는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지원을 한다. 나는 팀리더로서의 문제해결 능력, 책임감을 통한 성장을 하고 싶었다. 이런 기회가 생기면 늘 도전했고 준비함에 있어 최선을 다했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2년 비정규직'이라는 것.


없는 걱정도 만들어내는 성격인걸 너무 잘 알기에 지원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9급은 인원자체가 적고 이곳의 특성상 한번 입사하면 70세까지는 웬만하면 쭉 가기 때문에 정규직 9급은 경쟁이 치열하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경력을 쌓느냐, 정규직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느냐의 기로에서 나답게 리스크가 큰 비정규직을 택했다.


참 희한한 게 평소엔 그렇게 복잡하던 마음이 직업을 옮길 때는 한 줄로 단순해진다. '안되면 딴거하 뭐' 이번에도 같은 심정으로 비정규직인 9급을 지원했고 불안한 비정규직의 삶이 시작되었다. 지난 15개월은 매일 외줄을 타고 있는 심정이었다. 매일 새로운 채용공고가 났는지 확인하고, 나의 쓸모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도 불안했다.


'임기를 마치기 전에 9급 정규직 채용이 나야 하는데, 그래야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건데, 앞으로도 쭉'



인생이 뜻대로 되더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먹는 것과 몸뚱이뿐이라더니 아무리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 애를 써도 조직에서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었다.


다행인지(말하면서도 씁쓸함이 크지만) 임기가 끝나기 전 정규직 채용이 났다. 바라 9급이었으면 좋으련만 7급이었다. 오늘은 다시 7급으로 시작한 첫날이다.


물론 지난 15개월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 것도 아니다. 그저 쿨하게 털어버리고 싶지만, 물 위에는 보이지 않는 오리발처럼 노력했던 지난날의 나를, 그럼에도 씁쓸한 엔딩에 서운함을 감출 수 없는 내 마음을들여다보아야 다시 나아갈 힘이 생길 것 같았다.


내 삶은 '미래'를 위한 준비로
늘 분주하고 불안했다.
지금처럼 미래를 위해 현재를 양보한다면,
앞으로도 나는 같은 삶을 살아가겠지?


더 이상 나의 쓸모를 알리려 애쓰지 않을 것이다. 대신 나의 활동을 스스로 만들고 규정할 수 있는 능력과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해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는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떻게 기쁨으로 가득한 삶을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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