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밥 먹고 문제집을 풀었던 기억밖에 없다. 어떨 때는 하루에 문제집 한 권을 다 풀정도로 독하게 앉아있었다.
특별한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학생이 되면, 서울 아이들처럼 세련되게 친구들과 연극도 보러 다니고 콘서트도 다니고 싶었다. 서울에 살면 '길 가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볼 수 있지 않을까?'단순한 기대를 했던 작은 시골의 여고생이었다.
다행히 요즘은, 나 같은 친구들에게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진로체험활동을 학교에서 정규과정으로 실시하고 있다.우연히 고등학교 1, 2학년에게 '간호사'에 대한 직업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솔직히 강의를 준비하는 게 참 난감했다. 부대에서 미국인들만 보고 살다, 학교 교실에서 '간호사'라는 꿈을 가진 31명의 고등학생들을 언제 만나볼 기회가 있었겠는가? 대학생들과는 경험이 있지만, 과연 고등학생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나는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괜히 한다고 나섰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첫 도전의 짜릿함을 놓칠 수 없었다.
수없이 리허설을 할 때마다 이것저것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PPT가 추가되었다. 그러다 문득, 쉬는 시간마다 엎어져 잤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라 추가했던 부분을 다 삭제해 버렸다.
'제발... 아이들을 재우지만 말자'
1교시는 직업인 특강으로 '간호사'에 대한 진로, 비전, 갖춰야 할 능력 등 일방적인 전달을 해야 하는 강의가 진행되고 2교시에는 간단한 실습을 통한 체험이 이루어졌다. 1교시 진로에 대해 세부적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이 눈을 감기시작했다. '어? 이게 아닌데... 대학생들한테는 먹혔는데...'
친구들아,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인데... 졸리니?
뚜둥, 그 와중에 드러눕는 아이들이 생겼다. 아.... 학교 다닐 때 '제물포'라고 놀렸던 선생님 때문에 물리시간은 자던 기억밖에 없는데, '이 친구들 나 때문에 간호사 안 하겠다는 거 아닌가?' 더럭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던 2교시에는 아이들이 생기 있게 실습을 해주었다.
그래도 친구들아, 이 선생님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단다. 오늘 이야기 거, 나머지는 다 잊어도 좋지만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매일 기록해 두자고 했던 말만은 잊지 말아 줘!
처음: 어떤 일이나 행동을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하거나 해 보거나 이루지 못한 상태임을 나타내는 말. '최초'
'처음'이라는 단어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첫사랑, 첫눈, 첫 여행....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보는 것,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은 두렵기도 하지만 참 흥미로운 일이다. 그 기억이 좋든 나쁘든 처음의 기억은 평생 잊히지 않는다. 결과야 어쨌든 최대한 다양한 '처음'의 순간을 만들어보자. '불확실한 처음'이 두려워, 경험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나에게 이번 '첫 진로강의'는??? 비록 자버린 아이들도 있지만 초롱초롱 눈 맞추고 끄덕여준 친구들 덕에 또 하고 싶은 긍정적인 경험이었다.
절대 못 잊어! 너희들, 또 보자 얘들아~ 선생님이 그때는 잘 수 없는 이야기를 해주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