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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May 10. 2023

5년간 운전해 온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못 보는 이유

두려움이 당신의 성장을 방해한다

두려움이 있다면 그 두려움을 꺼내어 실체로 느껴봐야 한다. 꺼내는 방법은 머릿속에 있는 두려운 상상을 글로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아니면 실제로 실행해 보는 것이다. 두려움은 막상 꺼내보면 별것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운전 5년 차이지만 대학원 다녔을 때와 현재 출퇴근할 때를 제외하면 네비도 못 보는 길치 운전자이다. 한번 가본길은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이사를 가고 나면 그 동네를 최소 6개월은 헤매고 다니는 심각한 길치이다.


평생 운전할 생각이 없었지만 대학원을 다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고차를 샀다. 차는 샀지만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데로 차선을 요리조리 바꿀 생각은 감히 하지도 않았다. 병원에서부터  고속도로를 포함해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를, 차선까지 완벽히 외워 다니며' 학교를 겨우 졸업했다.


아직도 사이드미러를 수동으로 접었다 폈다 하는 2015년식  모닝을 운전하며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가장 식겁했던 일은, 어느 날 밤 10시가 넘어 집에 와서 보니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버젓이 접혀있었던 일이다. 깜깜해서 사이드미러가 접혔는지도 모르고 그날따라 고속도로가 한산한 줄만 알았다.


그 사건이 있은 후, 다시는 외운 길 아니면 '혼자 운전해 다니는 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가 있어도 운전해 줄 사람이 없으면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가지 않았다. 그렇게 5년간 나는 운전은 하지만, 생활반경은 뚜벅이 시절과 똑같은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문득 '차를 사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동료의 말을 듣게 되었다. 차를 운전하게 되니 그동안 거리 때문에 포기했던 버킷리스트를 실현해 가며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것이었다.


나는, 얼마 전 그림 그리는 것에 흥미가 생겼다. 화실을 찾다 보니 끌리는 곳은 죄다 퇴근 후 가기가 애매한 시간과 위치에 있었다. 병원에서 집에 들르지 않고 가면 모를까, 집에 들러 주차를 시키고 집에서부터 다시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실행력이 좋다 해도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네비를 보고 운전하는 것이 두렵긴 하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았잖아?'

가까운 스타벅스부터 직접 해보자,
해봤는데 역시 두렵다면 안 하면 되니까'



5년 만에 처음으로 네비를 켜고 집을 나섰다. 가기 전 성호를 긋고 성수까지 뿌리며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시동을 켰다.


'오 주여'


역시 나는 나였다. 네비에서 알려주는 우회전을 놓쳐버린 것이다. 아찔했지만 '모든 길은 다 연결돼 있다'는 걸 알기에, 다시 알려주는 네비의 안내멘트에 집중해 빠르게 쫓아갔다. 1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2배 넘은 25분 만에 도착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


두려웠지만 원하는 환경의 스타벅스에 왔고 그곳에서 나는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 원하는 일을 완벽히 끝냈다. 아마 집 근처에 있는 내가 원하지 않는 공간의 스타벅스에 갔다면, 할 일에 몰입하지 못해 생산성도 떨어지고, 후회했을 것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집에서 이동 시간이나 줄이고 편하게 할걸'하고 말이다.


직접 네비를 켜고 운전을 해보니, 5년간 상상 속에서 부풀어있던 두려움은 그보다 훨씬 작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려움은 그 실체를 꺼내보기 전까지
상상 속에서 점점 커져만 간다.


꺼내어 실체를 마주하자. 의외로 뻥뚤려 쉽게 갈 수 있거나 생각보다 별 거 아닌 것이 내 인생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을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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