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내 목표는 오로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는 거였다. 전공은 모르겠고 수능을 잘 봐서 그 점수에 갈 수 있는 학교, 그런데 꼭 서울에 있는 학교여만 했다.이유는 90년대 후반 HOT 팬과 젝키 팬, 두 편으로 여고생들을 갈라버렸던 아이돌의 원조, HOT 때문이었다. 그 시절 나는 HOT 토니안에게 부끄럽지 않은 팬이 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문제집을 풀었다.
모의고사가 끝나면 학교 앞에 있는 서점에 가서 당시 인기 아이돌을 화보로 내세웠던 주니어, 뮤직라이프, 토마토 등의 잡지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때 처음'프로필'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잡지에는 항상 아이돌 멤버들의 개인 프로필이 나와있었다.
나는 토니안의 생년월일, 종교, 혈액형, 이상형 등 프로필을 보고 또 보고 달달 외웠다. 문제는 그의 프로필은 자다가도 툭 튀어나올 정도로 꿰고 있었지만 정작 내 프로필은 하나도 못 채운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진로 강의를 나가서 학생들에게 한다. 선생님도 너희 나이 때 토니안의 이상형, 좋아하는 음식, 색깔, 취미 같은 건 다 알고 있었는데 정작 대학 원서 쓸 때 내가 어느 전공을 선택하고 뭘 하고 싶었는지는 몰랐다고. 지금 너희들처럼 수능을 잘 보려고 입시 준비만 했는데 나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 나처럼 대학을 두 번씩 다녀야 될 수도 있다고.
비단 학생들 뿐만이 아니다. 어른이 되어서 이직할 때, 혹은 부업으로 뭔가를 하려고 할 때 회사에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요구한다. 자기소개서의 경우 자신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이 되어있지 않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성의 없는 자소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덕분에 자소서 컨설팅을 하는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지만.
매년 월 일에 나는 직장을 그만둔다. 그러고 나서 내가 1년 더 이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인지 생각해 본다. 만일 최선이라면 확신을 가지고 일을 계속한다. 만약 아니라면 당장 더 나은 일을 찾아본다.
미래 이력서를 써 보아라. 현재의 결정을 내릴 때 미래를 그려보면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행동을 지금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두 번째 명함' 중
책 '두 번째 명함'에서는 매년 자신이 정해둔 날짜에 직장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물리적으로 매년 관두라는 말이라기보다는 관성의 법칙처럼 늘 하던 일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을 점검해 보라는 뜻일 것이다.
나는 실제로 자주 이력서를 업데이트한다. 노선을 사용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강의를 다녀올 때마다 한 줄씩 늘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업데이트되는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내가 추구하는 커리어를 명확히 하면,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은지 무엇을 더하면 좋을지계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