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책을 읽기보다는 TV 보는 것을 훨씬 좋아했다. 밥을 안 먹어도 책을 안 읽어도 혼을 내거나 회유하지 않는 방임육아를 하셨던 부모님 덕에, 하고 싶은 대로 TV만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살짝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다른 건 몰라도 책 읽는 습관은 갖게 신경 좀 써주시지, 이렇게 나이를 먹고 보니 글도 쓰고 번듯한 책도 한 권 내고 싶은데 영 솜씨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내세울 게 꾸준함이라고 어떻게든 써보는데 근성과 다르게 실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승질은 급해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괴팍한 성격을 가졌다.
책도 많이 안 봤고 글도 써본 적이 없는 데다 글 쓰는 재주도 없지만 매일 책을 읽고 뭘 쓰기는 쓴다. 책을 읽는 이유는 대부분 글을 쓰기 위해서이다. 한 가지 주제를 깊이 파고들만큼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어서, 글감을 생각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글 한 꼭지 쓰는 게 이렇게 어려운데 대체 작가들은 어떻게 일관성 있게 한 주제로 책을 엮어내는지 부럽고 신기할 따름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애매한 재능'이라는 책을 읽었다. 항상 '내 재능이 뭘까? 있긴 할까?'가 고민인데, 대체 '애매한 재능'의 기준은 뭔지, 나는 애매한 재능이라도 있을지 궁금했고 책을 통해 찾고 싶었다.
책을 읽는 중, 피식피식 웃음이 터졌다. 작가의 경험과 글로 표현한 방식이 유쾌했고 유머코드가 맞았다. '나, 쉽게 웃어주는 성격 아닌데... 개콘도 날 웃게 만들지 못하는데.. 푸하하' 가끔은 실소를 토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팬픽(아이돌과 팬의 로맨스 같은 창작소설)을 썼던 작가는 글 쓰는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본인은 뛰어난 재능을 갖지 않았다고 하지만 어떤 상황에도 '치열하게 쓰고자 하는 천생 작가'였다.생계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알바를 했지만 글쓰기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책 읽다 빵 터진 건 처음인 나에겐 제일 재미있는 에세이 작가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니... 나는 책 한 권을 쓰기에는 '참 재미없고 단조로운 인생'을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성실하게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이직준비, 전직준비, 자격증 준비 등 다음 목표를 위해 철저히 '혼자'보낸 시간이었다. 작가의 삶이 다양한 색깔의 물감으로 알록달록 어우러진 수채화라면 나는 까만 먹물로 그려진 수묵화 같은 인생이라고 할까?
범재. 평범한 재주를 가진 사람
작가는 대학 동기가 자신을 표현했던 범재라는 말이 처음엔 서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들어왔다고 했다. 대단한 글을 쓰지는 못해도 주변에 도움을 주고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작가로 살아가는 게 범재인 자신의 그릇임을. 더 큰 그릇이 돼야 한다는 세상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가진 그릇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연습 중이라고.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재주나 재능은 쉽게 알아보지만 자신이 가진 것은 재능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내가 보기에 저자 수미 작가는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만 본인이 애매한 재능을 가진 범재라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 역시 스스로 글쓰기에 아주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까만 수묵화 같은 내 삶에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는 글감이 있지 않을까?꼭 무언가 되지 못하더라도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것은 얼마나 분명한 경지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평범한 사람의 일을 평가 절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매한 재능 중
덧)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스스로를 평가 절하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