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다움 Nov 08. 2023

천국과 지옥이 한 끗 차이인 이유

'짜증 나네, 진짜'


우리 병원 근무표는 한 의사당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담당 간호사가 배정된다. 현재 나는 새로 부임하신 K선생님과 함께 일하는 유일한 간호사다. K샘은 환자를 보시는 게 처음이라 오리엔테이션을 받거나 추가적업무를 하느라 종종 환자를 보지 않는다.


의사가 환자를 보지 않는다고 간호사가 쉬는 건 아니다. 병원 곳곳에 환자들이 넘쳐나고 특히 겨울엔 예방접종실에 독감주사를 맞으러 오는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K 의사가 없어 접종실에 가서 있는 것보다 의사와 20분에 한 명씩 환자 보는  훨씬 선호한다. 환자를 기다리는 틈틈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틈새시간을 잘 활용하는 나에겐 찰떡같은 업무이기 때문이다.

아침 반나절 K 의사의 스케줄이 없었다. 오후에만 환자를 보는데 수간호사는 나를 하루종일 접종실에 있게 하고 오후에 다른 의사를 담당하는 선생들을 K 의사와 일하도록 스케줄을 짜놓았다. 아예 스케줄 되지 않은 간호사도 있었다. 


'뭐지?'


출근하자마자 짜증이 확 밀려왔다.


'또 나야? 아니, 멀쩡히 오후 스케줄이 있는데 나를 하루 종일 빼고 다른 사람을 지?'

친한 동료한테 거품을 물고 불만에 가득 찬 마음을 토로했다. 부정적인 에너지로 마음이 가득 차자 억울두통이 생겼다. 짜증이 가득한 상태로 방접종실에 갔는데  번째 환자의 반응 나를... 


그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Thank you so much
Have a nice day!


부끄러웠다. 짜증을 들어줬던 동료와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덕담을 해준 환자에게 한 없이 미안다. 


그리고 마음이 요동쳤다.

프로페셔널한 간호사라며... 학생들한테 강의도 다니면서 본업에서 짜증을 내면 되겠니? 생각한 대로 하루가 흘러간고 하지 않았어?

그래, 이 바쁜 상황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이고 환자가 밀리지 않게 구성해 보자!

마음 지옥에서 천국으로 돌아 건 한 끗 차이였다. 스스로를 부정적 에너지가 가득 차게 만드는 것도, 그 상황을 반대로 돌리는 것도. 변하지 않는 건, 이 모든 게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다행히, 예방접종실은 미칠 만큼 붐비지 않았다. 그리고 같이 일한 동료 한 마디 했다.


환자가 많아 긴장했는데
너 때문에 너무 즐겁게 일했어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