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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Dec 14. 2023

Don't work hard, Life is short

어르신의 마지막 말

85세, 미군에서 은퇴하시고 한국인 부인과 한국에서 남은 여생을 지내고 계신 어르신이 병원에 오셨다. 외래에 근무하다 보니 자주 병원에 오시는 환자분들은 직접 내 환자로 만나지  않았어도 오다가다 마주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은퇴하시고 한국 부인과 우리나라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은 자주 오셔서 눈에 띄기도 한다.


최근 3년간 기억에 남는 두 분이 있다. 한 분은 단발머리 남자 어르신으로 외모가 특이해 기억하고 오늘 결국 만난 어르신은 늘 같은 야구모자에 점퍼를 입고 오셔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단발머리 어르신은 1달 전 환자였고 오늘은 나머지 어르신을 결국 만났다.

어르신은 청력을 한쪽 잃으셨고 몇 가지 만성질환을 가지고 계셨지만 연세에 비해 정정하신 편이었다. 한 달간 아침, 저녁 측정한 혈압, 혈당, 그것의 한 달 치 평균값을 컴퓨터로 기록해 표로 만들어 오셨다. 보통 그 연세, 아니 그보다 젊은 어르신들은 꾸깃한 수첩에 수기로 대충 써오시는데 혈압, 혈당을 섹션별로 다르게 컬러로 뽑아오신 것이다.


게다가 환자가 밀려 의사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생기자 가져오신 책을 읽기 시작하셨다. 보통은 유튜브를 보거나 멍하니 시간을 때우는 분들이 다반사지만 틈새시간에 독서를 하고 혈압 로그를 컬러로 뽑아오신 것만 봐도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짐작이 갈 정도였다.

노화로 발음이 또릿하지는 않았지만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쿨하게 진료실을 떠나시기 전, 갑자기 의사 선생님을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Don't  work hard, Lutenal(의사 선생님 군대 직급) Kim!

Life is shorts.


고개를 돌려 나를 보시더니,


Don't  work hard, young lady!
life is too shorts.


떠나려는 어르신을 붙잡고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요?'

'자네 결혼은 했나?'

'아니요, 남자 친구는 있어요'

'그러면 결혼을 하게, 그리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 그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도록 해'

다음 환자가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어르신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아오셨을 것이고 가족, 특히 와이프를 아끼시는 분이심이 틀림없었다.


진료 중 보통 배우자로부터 전화가 오면, 대부분은 전화를 받지 않거나 나중에 다시 건다고 전화를 끊는다. 하지만 어르신은 의료진에게 양해를 구하고 와이프의 전화를 응대하신 유일한 환자였다.


어르신의 말씀으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게 정답이다'라기보다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도 잘 맺어야겠다', 더불어 정신의학박사 정혜신 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도,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그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참고하고 내 마음과 상의해 자신의 인생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수밖에. 내 인생의 답은 결국 내 안에 있을 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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