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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Feb 28. 2024

미군부대 8년 차 직장인의 딜레마

잊지 못할 생일 선물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매일 아침 어떤 의사와 간호사가 함께 근무하는지 카톡에 업데이트가 된다. 고정적으로 6개월간 정해져 있지만 개인의 병가나 휴가에 따라 미세한 변동이 생기기 때문이다. 외래 병원은 성인, 소아과 파트로 나뉘는데 보통 소아과는 의사 한 명당 간호사는 2명이 배정된다.


이곳 아이들은 체육 수업을 들으려면 매년 정기검진을 받고 필수 예방접종을 맞았다는 의사 노트를 제출해야 한다. 예방접종은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 미국 부모들은 대체적으로 안 맞겠다는 아이들을 강제로 잡는 게 아니라 말로 설득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안 맞겠다고 우는 아이와 설득하는 부모를 만나면  진료시간이 지연되어 속이 타들어간다. 여러모로 소아과는 인력배정에 무조건 최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다.


나는 2월부터 소아과에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혼자서 일한다. 함께하는 의사 선생님이 병원에 처음 오셔서 적응기간을 두느라 다른 소아과 의사보다 환자를 적게 본다.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공평한 처사다.


그런데 출근길 아침, 스케줄을 확인하고 운전대를 돌릴 뻔했다. 환자 수가 2배로 늘었는데 나 혼자 배정이 된 것이다. 물론 8년 차 정도 됐으니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리 양해를 구하고 괜찮을지 물어봤어야 한다. 내가 아니었으면 이런 배정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나 같은 상황이면 동료들은 가만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를 믿어서가 아니다. 나는 그저 불평하지 않고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수간호사는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었을 뿐이다. 다만, 그냥 넘어가기에 오늘은 나에게 좀 특별한 날이다. 생일...물론 생일이 대수는 아니다. 설사 수간호사가 알아도 바뀌는 건 없다. 하지만 축하는 (개뿔) 바라지도 않지만,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에 잔뜩 뿔이 났다.

사람들은 늘 이야기한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네가 어떤 상황인지 몰라. 미국 사람들 특성 알지?안되면 안 된다, 못하면 못한다 얘기를 해야 관심 갖고 대책을 세워주지. 잘한 건 뽐내고 남보다 더했다 알려줘야 인사고과를 잘 받지. 가만히 있으면 너만 손해고 바보 되는 거야.


직장생활을 10년이 넘게 하고 있지만 늘 이런 상황은 딜레마다. 나에게 '일'이란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나 자신에게는 물론 세상에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이며 깊이 있는 배움이고 마음을 수행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로써의 일을, 불공평하니 못하겠다고, 혹은 내가 다른 사람 일까지 더 많이 했다고 가서 일일이 보고하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고 하니... 하지만 속세의 나약한 인간이라 휘둘린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나한테 떳떳하면 됐어. 남한테 인정받으려 일하는 거 아니잖아? 누구도 아닌 날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야. 성향인걸, 나대지 못할 거면 억울해하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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